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경련은 최근 발간한 '국가 전략산업 성공사례 분석' 보고서에서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으로 철강, 석유화학 등 현재 한국의 주력 산업이 탄생한 것처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가차원의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영국의 성공 사례를 분석한 후 이들 국가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인프라 구축,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집중적인 자본 투자와 인프라 구축으로 항공기 MRO(항공기에 대한 유지·수리·분해정비·개조)와 물 산업을 육성했다.
항공기 MRO 산업 육성을 위해 국영투자회사 테마섹과 싱가포르 정부의 합작으로 MRO 기업을 설립해 항공 산업 단지를 조성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항공기 MRO 산업은 연간 약 3조4000억원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국제 물 산업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수(水)처리 프로젝트 자금 지원을 위해 2006년 약 2900억원을 투자했다. 물 산업 육성에 필요한 자본과 인력을 모으기 위해 클러스터도 구축했다. 현재 싱가포르 물 산업의 가치 창출액은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아일랜드 정부도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적극적이었다. 1990년대 후반 통신 인프라 확충에 약 33억 유로를 투자한 결과 인텔과 MS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유럽 사업 본부를 아일랜드에 설치했다.
보고서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정책도 전략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이벤트와 전시)산업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성장했다. 지난 2010년 복합리조트의 카지노 영업을 허용하고 마리나베이샌즈와 같은 대형 복합리조트를 건설해 그 해 관광 수입을 전년보다 50%나 늘렸다.
말레이시아의 의료관광산업도 정부의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 의료광고를 허용하고 투자금과 의료관광수입에 대해 100% 세금 감면을 제공함으로써 민간 병원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주변 의료관광 강국인 태국과 싱가포르보다 뒤늦게 의료관광산업에 뛰어들었으나 2013년 기준 의료관광객수 65만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발전을 위해 청년 창업기업과 영화 제작자, 방송프로그램 제작자 등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세금 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창조산업은 2012년 기준 총 714억 파운드 가치와 255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전경련은 저성장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1970년대 중화학공업, 1990년대 정보통신산업 이후 한국 경제를 주도할 산업이 부재하다는 점을 들면서 의료관광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관광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법과 규제를 먼저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은 또 정부가 주도적으로 헬스케어 관련 국제회의·전시를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개인과 기업, 국가단위의 창업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 신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것처럼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 창출을 위해 우리 기업이 나설 수 있는 멍석을 정부가 먼저 깔아주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