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고급 이미지를 내던지고 대규모 출장 세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화점들은 납품 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시 대관료, 시설 설치비, 판촉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수수료도 기존 백화점 할인보다 1~10%p 낮췄다.
백화점들이 출장세일에 전념하는 까닭은 콧대만 세우고 고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11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2.9%, 신세계 백화점은 0.3% 매출이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백화점들은 '출장' 세일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가장 활발하게 출장 세일을 벌이는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4회에 걸쳐 출장 세일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서울 양재동 세택(SETEC)에서 출장 세일을 처음 진행한 이후 일산 킨텍스로 장소를 옮겨 2차례 더 행사를 가졌다.
최근에는 롯데 박싱데이라는 타이틀로 출장 세일을 진행중이다. 박싱데이 행사는 1, 2차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3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500억원 물량의 상품을 최대 8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롯데백화점은 1회 출장세일 기간 동안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3회에는 각각 130억원,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올해 마지막으로 개최하는 박싱데이 행사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서울 코엑스 전시관에서 'H쇼핑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 행사에는 60만명이 다녀갔다. 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출장 세일을 개최하지 않았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은 신년세일, 봄세일, 여름세일, 코리아 그랜드세일, K-세일데이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
결과론적으로 볼 때 출장세일을 개최한 백화점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출장 세일을 하지 않은 신세계 백화점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백화점 매출이 출장세일의 덕을 본 셈이다.
백화점 3사가 출장 세일에 더욱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까지 백화점 3사는 내년도 출장 세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년 초부터 출장 세일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뉴시스 기자와 만나 "백화점이 자존심을 접고 밖으로 밖으로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 부진을 많이 겪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행사를 자주 한다는 것은 그 만큼 유통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 협력사에서 재고처리를 위해 출장 세일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백화점 안에서 세일을 하는 것보다 출장세일을 하면 협력사들도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내놓을 수 있다. 백화점이 출장 세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