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로 2016 임원 인사가 속속 발표되며 3세 경영인들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범삼성가의 우먼파워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필두로 '이서현'(삼성물산 패션부분장 사장)과 '정유경'(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등이다.
이들 딸들이 본격적으로 대거 전면에 부상하면서, 누가 범삼성가 여성경영인의 DNA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리틀 이건희' 재계 여성 오너로 '우뚝'
범삼성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가장 주목되는 딸은 삼성그룹의 맏딸인 호텔신의 이부진 사장이다. '리틀 이건희'이란 별칭이 붙은 이 사장은 이미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오너가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버지의 ‘섬세하며 과묵한 점’ 등을 매우 많이 닮았다는 것.
올해 이 사장은 바쁘게 보냈다. 메르스 사태로 급감한 중국인 유커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현장을 진두진휘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또한 면세점사업권 획득에서도 일등공신으로 능력을 맘껏 발휘했다.
이 사장은 그룹이 필요할 때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면세점 선정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다. 이 사장은 특히 삼성가 오너의 후광이 아닌 그 스스로의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자에서도 현장경영을 통해 경영능력을 인정 받으며 여성 오너로서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내년에도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서울과 쇼핑 중심의 관광 산업을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이 사장의 리더십 아래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사위원들에게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면세점으로 창출한 관광 수익을 지역·지방과 공유해 위축된 관광 경기를 활성화하고 '대한민국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앞당기는 효과를 낼 계획이다.
◇역할 커진 이서현…패션부문 수장으로
이서현 사장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삼성그룹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가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대한 승진은 없었다.
다만 이 사장이 차기 패션부문장을 맡게 되면서 통합 삼성물산 패션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이 사장은 기존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이 사장이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13년만의 성과다.
이번 인사에 패션부문의 최고 수장으로 사실상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게 됐다는 의미다. 별도의 승진은 없지만 사업부문을 총괄하게 됐다는 점에서 역할과 권한, 책임은 이전보다 더욱 커지게 됐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이로써 삼성물산으로 합병된 패션부문은 이 사장의 단독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겸직했던 광고기업 제일기획 부문을 겸직했던 그는 패션 부문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년 하반기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8Seconds)'의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실제 이 사장이 공을 들였던 에잇세컨즈의 경우 론칭 첫해인 2012년 매출이 600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1300억원 지난해 1500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아시아 톱3 SPA로 육성하려는 토종 SPA 브랜드다.
이 사장이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3년간 공을 들인 브랜드로 알려졌다. 이 사장의 경영 능력은 해외 공략에 나서는 내년 진출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보인다. 그는 주변사람 이야기를 경청하는 신중한 성격으로 삼성 안팎에 알려져 있다.
◇남매경영 눈길…6년만에 경영전면에 나선 정유경
신세계그룹의 정유경 부사장은 6년만에 '부'를 떼고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 사장은 2009년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6년만에 사장으로 올라서면서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남매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향후 정 사장의 역할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신세계그룹에서 경영에 참여해 왔으나 백화점사업을 통해 이번에 어머니 이명희 회장과 오빠 정용진 부회장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처음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정 총괄사장이 맡게 될 백화점부문은 이번에 신설된 조직이다. 신세계그룹은 그룹 내에 백화점 부문, 이마트 부문 등의 조직을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대표이사였던 장재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정유경 총괄사장을 보좌하게 된다.
1996년 4월 이사로 경영에 입문한 정 사장은 이사 직급이 없어지면서 2000년부터 상무로, 2009년 부사장으로 재직해 왔다. 3대 주주로 지분 2.52%를 갖고 있으며 조선호텔과 신세계인터내셔널 업무를 맡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로 자리를 옮겨 경영에 힘을 보탰다. 그의 남편은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신세계의 인사 관전포인트를 '정용진-정유경' 남매경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본격적으로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쌓아온 이들 남매가 어떤 경영능력을 보여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범삼성가 딸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면서도 여성 경영자로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