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처리 3.0' 발표와 관련해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ttorney-Client Privilege·ACP)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환영하지만 기업의 절차적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사건처리 3.0에는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고 조사과정에서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ACP란 재판과정이나 수사과정에서 변호사와 의뢰인간 각종 의사 교환 내용(문서·메시지·이메일 등)의 비밀을 보장(압수수색·증언 등 거부)하는 제도다.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을 의뢰인의 권리가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국가마다 규정방식은 다르지만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소송뿐만 아니라 공정위 절차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변호사와 의뢰인간 완전하고 솔직한 의사 교환을 장려하면 법질서 확립 등 사법제도에서 광범위한 공익을 촉진할 수 있다는 명확한 정책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 헌법에도 기본권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규정(헌법 제12조 4항)돼 있다. 형사소송법에는 변호사의 압수, 증언거부권이 명문화 돼 있는 등 소송절차에는 ACP가 상당부분 제도화 돼 있다.
문제는 우리의 ACP는 해외 선진국과는 달리 소송제도에만 한정돼 있어 공정위의 조사·처벌 과정에서는 기업의 방어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사실상 법원과 검찰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적법절차 원칙의 적용을 받고 있지 않다. 공정위 조사·심의 절차는 형사소송법의 엄격한 피의자 보호절차는 물론 행정조사기본법, 행정절차법의 적용대상에서조차 제외돼 있어 기업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의 절차적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변호사 참여권 보장과 이를 담보하기 위한 기업과 변호사 간 이뤄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보호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이번에 공정위가 '사건처리 3.0'을 통해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기에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를 함께 규정해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향후에 이 제도를 공정위 절차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행정조사 전반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