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일 새벽 새해 예산안과 함께 쟁점법안 5개를 일괄 처리했지만 핵심인 노동개혁법의 정기 국회 처리는 무산됐다.
여야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 한다고 뜻을 모았지만 시기와 방법을 놓고 여전히 입장차가 커 연내 처리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2일 새벽 노동개혁 관련 합의문을 도출했다. 문구는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 한다'였다.
하지만 '임시국회'의 시기를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9일 정기국회 회기가 끝난 뒤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연내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올해를 넘기면 총선정국으로 이어져 노동개혁 기회를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논의를 시작하자는 여당의 주장은 받아들였지만 다른 내용은 합의한 적 없다"며 연내 처리에 부정적이다.
논의 방식도 엇갈린다. 여당은 입법권이 있는 국회 특위를 주장하지만 야당은 사회적 기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은 물론이고, 내년 초 총선정국을 앞두고도 처리 될 수 있을지 비판적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노동개혁 5대 입법은 ▲근로기준법(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명료화) ▲파견법(파견업무 확대) ▲기간제법(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한 연장) ▲고용보험법(실업급여 강화) ▲산재보험법(출퇴근 재해 산재 인정) 등이다.
파견법과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쟁점 법안을 놓고 비정규직을 되레 양산한다는 비판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노동개혁법안이 통과되면 고용 유연화와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 결과 주 6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고용효과는 최대 3만3000~6만7000명으로 추산됐다.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면 고용효과는 11만2000~19만3000명, 특례업종까지 주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에는 15만7000~27만2000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노사 합의시 60시간)으로 단축하고, 법정 근로시간 한도보다 더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특례업종을 줄이는 안을 담았다.
근로자의 파견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일자리가 4만개 이상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동개혁법에는 또 실업급여 강화·출퇴근 재해 산재 적용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도 포함됐다.
실업급여는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되고 지급기간은 90∼240일에서 120∼270일로 30일 늘어난다.
통상적 출퇴근 재해 보상제도도 도입하는데 2017년에는 도보·대중교통, 2020년에는 개인차를 타고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현행법으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등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 산재보상이 가능해 이러한 제약이 없는 공무원 등과 형평성 시비가 일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노동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지만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 상황이 좋지는 않다"면서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총선정국과 맞물려 노동개혁 자체가 좌초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
한편, 경제계도 노동개혁법의 연내 처리 불발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아직 연말까지 시간이 남아있어 정치권의 적극적인 타협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경총 관계자는 "경총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아직 국회 회기가 남아있고,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5대 노동개혁 법안 국회 통과 무산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디"며 "여야와 정치권이 협력해서, 노동개혁을 위한 9.15 노사정 합의가 소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