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올해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선심성 예산 확보전을 벌였다.
SOC 예산을 놓고 갈등을 벌이던 여야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복마전으로 정쟁이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회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관련한 철도·도로 등 국가기간망 확충에 대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23조3000억원보다 4000억원을 증액한 23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그동안 여야는 야측이 제기한 '영호남 불평등 문제'로 SOC 예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야당은 "국토교통부에서 기획재정부를 거쳐 증액된 약 2조원 가운데 4분의 1인 5600억원이 TK 지역에 배분됐다"고 주장하며 여측을 압박해왔다. 전현직 관료와 대통령 측근의 대거 출마가 예상되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 SOC 예산을 집중 편성해 총선을 유리한 구도로 만드려는 속셈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양측의 대립은 SOC 예산 증액을 통한 '나눠먹기'식으로 갈등이 해소되는 모양새다.
이번 예산안에는 대구, 부산 등 경북 지역의 대규모 SOC 사업이 반영됐다.
대구 지역 4차 고속도로 건설 예산으로 1835억원이 편성됐고, 대구선복선전철도 정부안 2251억원보다 70억원 증액된 2321억원이 투입되는 등 대형 SOC 사업 예산이 대거 편성됐다.
부산도 사상-하단 도시철도 건설에 정부안 449억원보다 150억원 늘어난 59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경북 영천과 울산 언양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은 정부안 733억8200만원에서 175억원 증액된 908억8200만원으로 예산이 편성됐다.
지역 편중 예산안에 발끈했던 야당은 호남 지역에 대규모 SOC 사업 예산 증액을 이끌어냈다.
서해선복선전철 사업 예산은 정부안 1837억원에서 500억원 늘어난 2337억원으로 확정됐다. 전남 보성-임성리간 철도도 정부안 250억원보다 2배 늘어난 500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충남 당진과 충북 천안을 잇는 고속도로건설 예산을 정부안 626억7300만원에서 173억원 늘어난 799억7300만원으로 편성됐다. 또 광주-목포 호남고속철도건설 예산도 정부안 550억원에서 250억원 증액된 80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야는 지역 민원성 도로·항만·철도 등 SOC 관련 예산을 무더기로 집어 넣어 내년도 예산안을 누더기로 만들고 말았다.
경북 김천시와 경남 거제시를 잇는 170.9㎞ 구간의 고속화 철도사업인 '남부내륙고속철도'에 30억원이 추가 편성됐고 ▲대전역-와동IC BRT 환승센터 30억원 ▲포항-영덕 고속도로건설(영일만 횡단구간) 20억원이 예산안에 새로 들어갔다.
또 ▲청주국제공항 평행유도로 건설 188억원 ▲경기 시흥시 금오로 개설공사 63억원 ▲전북 무주 '국도 30호선 태권도원 진입도로 위험도로 개선' 사업 30억원 ▲대구 운암지 주변 주차장 조성사업 10억원 등 지역의 해묵은 민원들도 예산안 편성에 끼어들었다.
선심성 복지 예산 증액도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이 300억6300만원으로 새로 편성됐고, 노인건강관리(노인실명 예방사업)도 17억원으로 4억원이 증액됐다.
또 영유아 보육료를 전년보다 6% 증액하는 등 육아복지 예산을 정부안 2조9618억원에서 3조1066억원으로 1448억원 증액했다. 대표적인 선심성 복지 예산들이다.
반면 일반철도안전및시설개량은 정부예산안에서 287억원이 감액된 4200억원으로, 도로유지보수비도 200억원 줄어든 5020억원으로 책정되는 등 안전 관련 예산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또 복지예산 중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 사업(R&D)도 3억5800만원 감액된 135억5600만원으로,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국민인식개선'도 2억원 감액된 31억2400만원, 사회보장 관련 정책 연구개발 지원도 3억원 감액된 11억7500만원으로 각각 확정됐다.
예산을 정작 써야할 데에 못 쓴다는 비난이 올해도 나올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