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檢, '금품수수·주가조작' 증권사·거래소 직원 등 27명 적발

건전성과 공정성이 확보돼야 할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악용해 사익을 추구한 금융전문직역 종사자들이 검찰과 정부의 집중적인 합동수사 끝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수사 결과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는 물론이고 자본시장을 감시해야 할 한국거래소 직원까지 금융가의 도덕적 해이에 물들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4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기관투자자 임직원들이 연루된 금품수수와 주가조작 사건을 집중 수사해 총 27명을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중엔 증권사 등 국내 금융기관 전현직 임직원이 무려 17명에 달했다. 아울러 전문 시세조종꾼 5명과 금융브로커 2명, 최대주주 등 상장법인 경영진 2명이 포함됐다.

이들 사이에선 기업 블록딜을 알선하는 대가로 검은돈을 주고 받거나, 금품을 받고 고객의 계좌를 시세조종에 동원하는 등 도덕적 책무를 저버린 검은 거래가 만연해왔다.

아울러 전현직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시세조종을 저지르기도 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금융전문직역 종사자들이 오히려 나서서 불법을 저질러온 것이다.

실례로 한화투자증권 출신 박모(36)씨는 2013년 1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자신이 보유하던 A사 주식 100만주를 고가에 처분하기 위해 직접 시세조종에 나섰다가 적발돼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여기엔 전문 시세조종꾼과 또 다른 증권사의 전현직 직원들이 가담했고, 심지어 한국거래소 전직 직원이 범행에 가담하기도 했다. 금융직역에 종사하며 다양한 노하우를 쌓은 이들은 주가를 4640원에서 최고 6680원까지 끌어올렸고, 총 11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

이들은 시세조종 이후 주식을 처분해 이익을 실현했지만, 이들이 떠난 후 A사 주식은 3000원대까지 폭락했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죄 없는 개미들이 떠안았다.

자본시장을 감시해야 할 현직 한국거래소 직원이 오히려 업무상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거래소 시장정보분석팀 소속 최모(44)씨는 2013년 3월 B사 비상장 주식 10만주를 기관투자자들에게 매도하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 2일 구속기소됐다.

최씨의 범행 역시 전현식 증권사 직원과 자산운용사 대표, 투자자문회사 대표 등이 얽힌 검은 커넥션의 전형이었다.

최씨는 B사 3대주주로부터 비상장 주식 10만주의 처분을 의뢰 받고 증권사와 투자회사를 상대로 주식매매 알선에 나섰다. 최씨가 그 대가로 의뢰인에게 받은 대가는 고작 5300만원이었다.

최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알선한 증권사와 투자회사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도 돈을 받았다.

기관투자자들은 이 과정에서 대가가 오간 사실을 숨기려 증권사 직원 친척 명의로 허위컨설팅계약을 체결, 최씨에게 건네는 돈을 컨설팅비용으로 위장해 한차례 다리를 걸쳐 건넸다.

최씨가 이렇게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받아챙긴 돈은 2700만원이었다. 현직 한국거래소 직원이 도합 1억원도 안 되는 돈에 도덕적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합수단 조사 결과 블록딜을 대가로 한 불법 금품수수 사건에선 최씨의 경우처럼 금품거래 사실을 감추기 위해 컨설팅 비용으로 꾸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돈을 건네거나 지능적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만연했다.

합수단은 이처럼 7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수사 끝에 국내 금융전문직역 종사자들 사이에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만연한 것을 파악하고 검은 커넥션을 대거 적발했다.

아울러 적발에 그치지 않고 범죄수익 환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검거 및 조사 과정에서 압수된 재산 및 차명재산에 대해 총 73억원 상당의 추진보전청구를 했다.

합수단 수사로 현직 직원이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된 증권사 등은 본점과 지점으로 나뉘었던 블록딜 창구를 본점으로 일원화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또 한국거래소의 경우 정기적으로 블록딜 관련 기획감시·심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룰을 지키고 기관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검찰의 역할"이라며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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