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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레이싱 자존심건다" 인디500도전 韓1호 카레이서 최해민 인터뷰

2016년 인디라이츠 풀시즌 출전…꿈의 무대 노려

어느 분야든 선구자는 외롭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미국의 자동차경주에 도전장을 내민 최해민(31 슈미트모터스포츠)도 그렇다.

그는 세계 최고의 레이서들이 경합하는 미국의 인디카(IndyCar)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활동하는 선수이다. 인디카는 미국에서 나스카(NASCAR)와 쌍벽을 이루는 양대 자동차경주로 나스카가 외관상 일반승용차 형 경주차라면 인디카는 F1과 같은 포뮬러 머신으로 승부를 벌인다.

인디카는 USF2000과 인디라이츠(Indy Lights) 등 단계별 시리즈가 있고 인디카의 올스타전이라 할 인디 500이 매년 5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다. 연인원 40여만명의 관중이 열광하고 미국은 물론 세계 주요국에 생중계되는 인디500은 F1의 모나코 그랑프리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경주로 불리는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인 최초로 인디500 입성을 목표로 하는 최해민은 이미 2007년부터 세계무대의 한국 레이싱역사를 홀로 쓰고 있다. 

2007년에는 미국 프로 무대(스타 마쓰다)에 한국인 최초로 출전, 풀시즌을 뛰지 않고도 36명중 19위를 차지했고, 2012년에는 인디 500 서포트 레이스로 열린 '나이트 비포 더 500' 레이스 예선에서 6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레이싱은 선수들 사이에 'National Pride(국가적 자존심)'라고 불린다. 미국의 인기있는 프로스포츠중에 자동차경주는 PGA(미프로골프) 이상으로 국적이 다양하다. 특히나 미디어들은 최고의 스피드 경주인만큼 레이서들의 국적은 물론, 미국내 선수들은 출신지를 꼭 명기해 팬들의 관심도를 높인다. 

PGA 최경주가 골프화 뒤축에 태극기를 새긴것처럼 최해민이 헬멧에 커다란 태극문양을 그리고 측면에 '최'라는 한글이름까지 쓴 것도 인디카에서 코리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상징하고 있다.

인디카는 탑승시 선수의 헬멧만 노출되기 때문에 최고 시속 400km에 달하는 가공할 스피드에도 최해민의 차량은 상대적으로 쉽게 구별된다. 바로 이점이 그가 조국의 명예를 위해 투혼을 불사르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량과 투혼만으로 최고의 레이서가 될 수는 없다. 인디카를 비롯한 자동차경주는 출전비는 말할 것도 없고 훈련을 위한 유지관리비가 엄청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가 2007년 미국 진출을 타진했을 때 테스트 비용만 6만달러를 요구해 포기했다는 일화는 보통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레이싱 세계의 현실을 말해준다.

한명의 선수를 위해 엔진체크업과 부대장비 점검 등 수십명의 스탭진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지원비용과 차량 리스비, 수송비, 타이어, 유류비용 등을 모두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총 18라운드인 인디라이츠의 한 해 출전비용만 15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스타급 레이서가 아닌 이상 스폰서를 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선수생명과도 관련된 중대한 일이다.

이때문에 최해민은 올시즌 미국, 유럽 선수들에 비해 훨씬 실전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 어려움속에서도 그는 지난 9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인디라이츠 데뷔전에서 종합 11위를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헌칠한 체격과 남자다운 외모로 팬들의 인기를 끌어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최해민의 향후 목표는 내년 인디라이츠 풀시즌 참가와 후년 꿈의 무대 인디 500 도전이다. 이를 위해 텍사스 오스틴에서 21일과 22일 열린 제5회 크리스 그리피스 메모리얼 테스트에 참가했다. 

다음은 최해민과의 일문일답.

- 텍사스 메모리얼 테스트는 어떤 성격의 대회인가

"인디카 스텝 크리스 그리피스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회로 내년 로드 투 인디에 참여하기 위한 선수들의 최종 공식 테스트이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서 내년 시즌 드라이버들이 선택되며 선수들은 차량 최종 확인을 하게 된다. 인디라이츠는 국제레이싱 자격증인 International B 카드와 인디라이츠팀이 선수의 경력, 스코어 등을 종합해서 승인을 해야 참가가 가능하다." 

- 어떤 성과를 얻었나

"최종목표인 인디500과 내년 인디카를 위한 시작단계인 인디라이츠에서 시간부족이라는 우려속에서 개인적으로 기록단축의 결과를 얻어서 내년 전망이 밝다고 느낀다. 기록단축으로 팀에서의 입지도 달라지고 적극적인 서포트로 미국 내에서도 언론관심을 가지고 있다." 

- 인디시리즈의 유일한 한국선수인데,

"한국선수를 비롯한 아시아 선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디카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상품성에 대해 주목하는 것 같다. 관건은 파트너쉽이다. 좋은 스폰서기업 등 비즈지스 파트너만 만난다면 성적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하다." 

- 다른 선수들을 평가한다면

"2007년과 2012년 함께 했던 선수들을 올해도 만났는데 지난 7~8년간 다른 선수들이 스폰서들의 지원을 받으며 꾸준히 전문성을 기르고 미디어 대응능력과 체력 등을 키운데 비해 국내 무대에 주력했던 나와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6년 풀시즌 전에 충분히 체력보강과 연습으로 편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체력훈련이 필요한 이유와 훈련 내용은

"인디라이츠나 인디카는 차량의 날개 특성상 '다운포스'가 커서 코너링시 3~4G의 횡가속력이 작용해서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 핸들을 잡고 레이스를 해도 손바닥이 까지고 목에는 코너에 따라 20~30kg에 측면 압력이 전달된다. 인디카가 세계에서 체력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트랙 레이스로 불리는 유이다. 현재 근력운동과 요가 등 꾸준히 체력관리를 해왔다." 

- 향후 훈련 일정은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습을 비롯, 이번 인디라이츠의 대회 데이터분석, 체력보강, 2016년 대회셋업, 이미지트레이닝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 내년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사실 레이싱에 대해 외국 친구들은 국가자존심(National Pride)라고 부를 만큼 저마다 많은 기대를 걸머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레이싱을 하는 만큼 늘 사명감을 갖고 강한 정신력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미국에서 레이싱을 하면서 한명의 선수가 국가 브랜드, 외교사절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비용 이상의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기에 외국의 많은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모터스포츠가 취약한 만큼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주길 바라고 국민들께서도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감사하겠다." 

- 평소 취미생활은 어떻게 하나

"특별한 취미나 특기는 없고 전 세계 카레이싱 자료들을 보고 분석하며 시간을 보낸다. 15세 카트라이드 데뷔전에도 내게는 로봇장난감 오로지 자동차장난감들만 있었다. 어렸을땐 자동차디자이너가 꿈이었고 97년 중학교시절 박찬호 박세리 등이 주목받을 때 스포츠스타를 동경했다. 

- 한국에서 어떤 승용차를 모나, 혹시 레이싱의 습관이 나오진 않는지?

"한국에서는 하이브리드 프리오리스라는 일반차를 모는데 가끔 속력을 좀 내는 것을 빼고는 다른 버릇은 없다.(웃음)" 

- 직업이 카레이서라고 하면 여성 등 주변의 반응은?

"이 분야가 생소하기 때문에 신기해하고 웬지 터프하거나 활발하고 격하지 않을까 선입관을 갖지만 사실 에너지를 너무 쏟고 집중하기 때문에 조용한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여성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나 역시 바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결혼은 미뤄둘 예정이다." 

- 나중에 아들이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면 찬성할텐가?

"솔직히 아들은 낳고 싶지 않다. 아들이 레이서가 되겠다고 하는건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다. 너무나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내가 겪어 봤기 때문에 그 길을 가지 말 것을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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