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시작된 사재기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실효성이 없다".
올 하반기 '뜨거운 감자'가 된 '빈병 보증금' 인상안을 두고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류업계와 정부의 갈등은 격화되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인상안이 실행되면 술값이 10% 이상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빈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빈병 보증금은 소비자들이 유리병에 든 소주나 맥주를 살 때 술값과 함께 보증금을 냈다가 빈병을 구입처에 가져다주면 되돌려 받는 것이다. 1985년부터 시행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내년 1월21일부터 소주병의 보증금을 현행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하는 빈병 보증금 인상안을 입법예고했다. 각각 2.5배, 2.6배 인상이다.
빈 용기 취급수수료도 현재 소주 16원, 맥주 19원에서 각각 33원으로 인상된다.
한국주류산업협회(협회) 측은 "재활용품 분리수거제도가 잘 정착된 현 상황에서 빈병 보증금 인상만으로 회수율이 높아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취급수수료와 보증금 인상 부문이 반영되고 그에 대한 주세, 교육세, 부가세가 붙으면 소주는 출고가 기준으로 100원 가까이 인상될 수 있다"며 "소주 출고가가 961.7원인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10% 정도 상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부는 지난해 일반 가정에서 소비된 소주와 맥주 17억8000만병 가운데 소비자가 판매점에 직접 가져다 준 빈병은 24.2%인 4억3000만 병에 불과, 소비자가 포기한 보증금이 57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85%에 머무르는 빈병 재사용율이 독일, 캐나다, 핀란드 등 선진국 수준인 95%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관계자는 "빈병 수집업체들이 내년부터 보증금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벌써부터 빈병 사재기에 나서는 바람에 주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빈병을 수거해 주류 제조업체에 전달하는 업체는 빈병을 가득 싣고 들어오던 손수레와 트럭의 발길이 뚝 끊겼다. 시세 차익을 노린 소비자와 일부 수거업자들이 빈병을 쌓아둬 3병 중 2병만 회수되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업계는 빈병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인상되면 주류 가격이 10% 이상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류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빈병 보증금 인상은 소주와 맥주 제조 가격에 반영돼 출고가가 약 10% 오를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출고기준으로 4888억원, 유통업계 및 음식점 등을 포함하면 1조9892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는 원가를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인데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올라가면 원가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증세로 인식돼 부정적인 국민 반대 여론에 봉착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환경부 입법예고안의 절차적 문제도 지적했다.
협회 측은 "빈용기보증금 및 취급수수료는 사실상 모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규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운영 현실에 대한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예고가 됐다"며 "소비자, 제조사의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인상안을 결정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비자설문조사 결과 현재 빈병을 반납하는 소비자가 12%인 반면, 보증금 인상 시 88%가 반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재사용율 및 재사용 횟수 상승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정부는 빈병 사재기 문제는 신병과 구병을 구분할 수 있도록 라벨을 새롭게 부착하고 일제단속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빈병 보증금 인상을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다.
입법절차상 하자에 대해서도 "2013년부터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사안으로 공청회 개최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상위 법률이 개정됐다"며 "상위법 개정에 따라 하위법령을 개정하기 위한 입법예고 및 관계부처 협의 등 행정절차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