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 마크리 "오늘은 역사적인 날"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야당 '공화주의제안당(PRO)'후보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69% 개표결과 마크리 후보가 53.3%를 득표해 46.7%를 얻은 집권 여당 ‘승리를 위한 전선(FPV)’ 소속의 다니엘 시올리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올리는 이날 패배를 선언했다. 신화통신은 시올리가 지지자들을 앞에서 "아르헨티나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며 "방금 전 마크리에게 축하전화통화를 했다"고 공개했다고 전했다.

마크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수 천명 지지자들 앞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시대의 변화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마크리와 시올리 후보는 각각 34.5%와 36.7%를 얻었다. 마크리의 승리가 확정되면 다음 달 10일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 마크리 후보 누구= 마크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토목건축 재벌인 아버지 프란치스코 마크리와 스페인계 어머니 알리시아 블랑코 비예가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크리는 아르헨티나가톨릭대학(UCA)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했고,1980년대 중반 미국 명문대 콜롬비아 비스니스 스쿨과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단기코스로 수학했다. 

32살 때인 1991년 갱단에게 12일 동안 납치돼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주고 풀려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경험이 정계 투신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 바있다.

마크리는 1995년부터 12년간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 클럽인 보카 주니어스 구단주를 지냈다. 보카 주니어스 구단주를 하면서 얻은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정치에 뛰어든 그는 200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에 출마했다가 결선에서 패한 뒤 2007년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194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의 대중영합적인 정치 이데올로기였던 ‘페론주의’를 주창하고 있으나, 페르난데스 부부가 펼쳐온 복지개혁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펼칠 것이라 내세우고 있다. 

◇ 12년 만에 좌우 정권교체= 마크리의 승리가 확정되면 2003년~2007년 집권을 한 고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2007년 그의 뒤를 이어 두 차례 대통령에 당선된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로 이어져온 12년간의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남편인 키르치네르는 2010년 암으로 사망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3연임을 금지하는 아르헨티나 법에 따라 8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12월 10일 퇴임하게 된다. 

마크리가 승리하면,아르헨티나는 12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의 정권교체를 이루게 된다. 지난 12년 동안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은 페론주의 좌파 정책을 기조로 정책을 펴왔다. 가난한 사람과 노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소외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아르헨티나 석유회사인 YPF를 국영화했고, 수입세를 올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다. 2010년 아르헨티나는 동성간 결혼을 허용하는 중남미 최초의 국가가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강도 높은 시장개혁 예고= 마크리는 이번 대선에서 '바꾸자(Cambiemos)'를 캠페인 구호로 내세웠다. 경제가 파탄 난 상황에서 더 이상 포퓰리즘 정책으로 민생을 망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시장 친화적인 마크리 후보는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는 제로 성장에 머물러 있다. 올해 인플레이션도 30%대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의 최우선 과제는 당장 지난해부터 기술적 디폴트에 들어간 아르헨티나 경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마크리는 디폴트 상태의 채무를 정상화해 국제 금융시장에 편입한 뒤 대대적인 페소의 평가절하로 족쇄환율을 정상화시켜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수출세 인하와 달러 매입 제약을 없애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마크리의 승리가 예상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아르헨티나로 조심스레 다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친시장주의자인 마크리가 승리할 경우 무차별 돈 찍기, 외환통제, 과도한 재정지출 등 기존의 경제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 ‘좌파들의 아성’ 남미대륙에 우파 바람= 마크리의 집권은 좌파들의 아성인 남미대륙에서 앞으로 우파의 목소리를 키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미대륙에서는 1990년대 말 이후 사회주의 세력들이 줄줄이 집권을 했다. 현재 남미대륙 12개국 가운데 무려 10개 나라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있다. 우파 정권은 콜롬비아와 파라과이 뿐이다. 

마크리는 자신이 집권을 할 경우 남미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에서 베네수엘라를 축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스엘라 대통령이 야당인사들을 투옥하는 등 정치적인 탄압을 하고 있으며,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이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좌파 바람을 주도한 나라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1999년부터 14년 동안 집권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섰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오일머니를 밑천으로 주변 중남미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경제지원을 했었다. 차베스는 2013년 3월 사망했지만 그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가 그해 후임 대통령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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