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美 금리인상 전 자금 조달하자"…'3조원' 몰린 회사채시장

11월4주차 발행예정 회사채 2조8000억원…순수 회사채만 9300억원

 다음주 발행되는 회사채가 3조원에 육박, 급격히 늘어났다.

12월 16일로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전에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수혈받기 위해서다.

기업들이 연말 회계 결산일(북 클로징)에 따른 기관들의 회사채 수요 미달을 우려,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시장 환경이 여의치 찮아 회사채 발행을 미뤄왔던 기업들이 더 이상 유동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한꺼번에 몰리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 넷째주(11월23~27일) 발행예정인 회사채는 총 85건 2조8082억원.

이 중 운영자금 수혈이 2조1582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외에 시설자금 1000억원, 차환자금 5000억 기타자금 500억원이다.

전체 2조8000억 가운데 금융권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 은행채, 카드채 등을 제외한 순수 기업들의 자금 조달 회사채의 규모는 9300억원에 달한다.

10월 1주차 5650억원, 2주차 6200억원, 4주차 200억원, 5주차 8350억원, 11월 1주차 8800억원, 2주차 2800억원 등의 순수 회사채가 발행예정이었다.

다음 주 순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0월부터 최근 두 달 새 최고 수준인 셈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내주에 일제히 회사채 발행에 나선 데는 미국 금리인상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최근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0월 회의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들이 금리인상을 하되 점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상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금리가 오르기 전에 조금 더 유리한 시기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미국이 12월에 금리인상을 할 거라는 분위기가 굳어져 가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도 벌써부터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라며 "금리가 인상되는 걸 확인하고 발행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 김상만 자산분석실 팀장 역시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기업들이 서둘러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곳은 신용도에 문제가 있는 회사는 아니다"라며 "내년 초에 발행하려고 했던 걸 조금 더 유리한 조건에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12월 미국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기에 기업들이 금리가 인상되기 전에 하려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따른 회사채 수요 부진도 이 같은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관들의 수요 부진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 또한 이유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11월부터 북클로징이 시작되며 이 시기에 기관투자자들은 장부상 수익이나 손실이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회사채 수요가 줄어 든다"라며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우려해 회사채를 발행을 앞당긴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팀장 역시 "연말에는 기관이 북클로징 하기 때문에 미리 발행하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인 게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기업 내 유동성 문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황 실장은 "수요 예측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발행을 시도하려는 측면이 크다"라며 "발행 예정 중인 회사채 규모가 크지만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기업들이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다보니 회사채 발행을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더 이상 기다리기에는 곤란한 상황까지 왔다는 걸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월에 발행하려고 했던 것을 11월에 앞당겨 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유동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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