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6개사가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 줬던 원심을 뒤집은 이번 판결은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리 사회에 재확인하는 동시에 그동안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들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던 자치구들에게 낭보란 분석이다.
소송 당사자였던 동대문구와 성동구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한 진일보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동대문구는 2012년 11월 25일부터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 점포에 대해 오전0시~오전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두번째, 네번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한 상태다.
2014년 8월25일부터는 오전 0시~오전10시로 영업시간 제한을 확대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동대문구 관내 영업제한 대상 점포는 대형마트 2개소 및 준대규모점포 7개소에 달한다.
동대문구는 대법원 판결을 적극 환영하는 한편 앞으로 영세상인을 진일보한 대책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이번 판결과 아울러 전통시장시설·경영 현대화사업을 병행 추진해 전통시장의 자생력을 확보함으로써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성동구 역시 "대법원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한데 대해 영세상인 보호와 상생발전의 기대에 부응한 것으로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성동구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에 따른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규제 직전에 비해 12.9%가 증가했다"며 "고객수도 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판결로 중소유통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시름 놓게 됐다"고 반색했다.
성동구는 내친 김에 이번 판결 이후 대형마트 및 SSM 의무휴업일은 현행대로 월 2회로 유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은 동대문구와 마찬가지로 현행 오전 0시~오전 8시에서, 오전 0시~오전 10시로 2시간 확대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대형마트 규제가 사라진다면 자본, 가격, 서비스 등 중소상인들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이 앞서고 있는 대형마트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독점후 가격을 올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데 이번 판결로 규제 양극화를 막고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이루려는 최근의 우리사회의 노력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른 자치구 역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가로 준비중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골목상권 보호와 영세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향으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이 매우 많다"며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환호할 만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로 각 자치구별로 추진하고 있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3월 소속 시의원 75명 전원의 명의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위법하다고 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반대한다는 탄원서를 낸 것을 상기하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인 영세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대기업과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가 제출한 '서울시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분쟁에 관한 일부조례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으로 정해진 '자정에서 오전 8시까지'를 오전 10시까지 2시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월 2회 의무휴업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자치구의 대형마트가 같은 날 휴업하도록 시장이 구청장에게 권고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