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금감원, '주소 일괄변경 서비스' 추진…中企 생존권 침해 논란

금융감독원이 2016년 1월 시행을 앞둔 '주소 일괄변경 서비스'가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감원와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6년 1월부터 '금융거래 수반 주소 일괄변경 시스템'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사 등으로 주소지를 옮길 경우 거래 금융회사에 일일이 주소 변경을 신청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어느 한 금융회사에만 신청해도 금융정보교환망을 활용해 고객이 요청한 모든 금융회사에 통보, 주소를 변경해주는 것이다. 

금감원은 주소 미변경으로 발생하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의 불편과 경제적 손실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제는 '주소 일괄변경 서비스' 사업자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 중소기업인 짚코드는 지난 1999년부터 금융·통신·유통사들에 등재된 주소를 한번에 변경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개인에게는 이용료를 받지 않고 업체에 건당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짚코드는 이 사업을 위해 상당 기간동안 투자했다. 금융사 보안심사에 통과하기 위해 서버 및 시스템 구축에 들인 돈도 십수억원에 달했다. 지난 2004년부터 KT와 제휴, 'KT무빙'이란 브랜드로 영업을 시작했고 우정사업본부, 행정안정부, 행정자치부 등 공공기관과 기업은행 등 금융권, 이마트 등 유통업계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은 10억원 내외다.

나종민 짚코드 대표는 "금감원은 금융정보교환망을 사용하고 업종도 금융권으로 국한돼 차별화된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서비스 형태도 동일하고 영업대상도 같다. 영업권과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다"라며 "힘있는 공공기관이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나 대표에 따르면 짚코드 제휴사 중 3분의 2가 화재·생명·카드 등 금융권이다. 매출 대부분이 이들 금융권에서 나온다. 짚코드는 금융권 제휴사들이 우월적 위치에 있는 금감원의 지시에 따라 짚코드와 계약을 해지하고 금감원 서비스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나 대표는 "금감원의 발표 이후 영업권 침해이니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와대 보고사항이라 절대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며 "금감원의 행태는 민간기업을 죽이는 반(反)창조경제적이다. 금감원 서비스가 시작되면 빚 밖에 안 남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중소기업 밥그릇 빼앗기' 의혹은 부인했다. 짚코드가 금융권 외 분야에서 특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일군 시장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빼앗길 시장이 원래 없었다. 짚코드가 제휴를 맺은 은행은 1곳이다. 화재·생명·카드사를 포함해도 총 28개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짚코드 제휴사 외 금융권 고객은 주소를 일괄 바꾸고 싶어도 못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주소 일괄 변경이 안되고 있었기 때문에 금융권만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금융정보는 법규에 따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 공적기관이 일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 금융권과 정보교환망도 이미 구축돼 있어 KT전용망을 빌려쓰는 짚코드와 달리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이 겹치는 것은 맞다. 금융권 외 백화점·통신사 등 비금융 부문에서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여러차례 만나서 이야기했다"며 "짚코드가 오히려 독점적으로 사업을 할테니 금감원은 홍보만 맡아서 하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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