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업계에 소위 '맥통법'(단통법에 빗대 네티즌들이 만든 용어)이 생긴다.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주형환 1차관 주재로 열린 '투자·수출 애로 해소 간담회'에서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제도개선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수입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지 모른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맥주유통 제도개선(맥통법) 추진의 기본취지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과민반응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 맥주업계는 수입맥주 업체들이 소비자 판매가격을 고무줄처럼 제멋대로 책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인판매'나 '세일'이란 부적절한 용어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예컨대 많은 수입맥주들이 실제로 개당 '2500원짜리'인 제품을 '4개 묶음에 1만원' 식으로 판매하면서 '할인판매'라고 거짓 선전하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 차례의 정부 주관 간담회에 참석해 '할인판매'를 위장한 수입맥주들의 부도덕한 상술로 인해 국산맥주가 겪고 있는 역차별 문제를 정식 건의했다"며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눈속임이나 다름없는 '할인판매 표시'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업계의 공통 의견"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입맥주들이 상당히 낮은 가격에 국내에 들어오지만 소비자 판매가격은 실제 출고가의 3~4배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관세청 통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맥주의 평균 가격(수입 신고가에 주세 등 각종 세금을 합한 가격)은 네덜란드산의 경우 820원, 미국산은 1107원으로 조사됐다.
이런 맥주들이 마트에서 개당 3000~4000원에 팔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출고가가 1080원 수준인 국산맥주가 마트에서 개당 1500원 선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수입 프리미엄'이 상당하다.
문제는 대다수 수입맥주들이 실제론 턱없이 낮은 가격에 들여온 맥주를 국산맥주 대비 훨씬 높은 가격으로 부풀려 가격표시를 해놓고 '수입맥주 30% 세일', '4개 구매시 1만원' 식으로 사실상 상시적으로 '할인판매'를 한다는 데 있다.
수입맥주 매대에 '매일 할인'이라는 표시와 함께 개당 3500~4000원짜리 맥주를 2500원에 파는 것처럼 표시한 곳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거의 모든 마트에서 수입맥주 세일행사를 하는데 소비자들은 고급맥주를 싸게 마실 수 있는 기회라고 착각할 수 있다"며 "실제론 훨씬 더 싸게 팔 수 있는 맥주에 가격을 부풀려놓은 뒤 수시로 '할인'하는 것처럼 위장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국산맥주와 공정경쟁을 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