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토마스 번 "韓, '경제위기' 겪지 않을 것…기초 튼튼·대외 순채권국 덕분"

韓,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후 타국가에 비해 더 강해져

"한국은 정부 재정 등 기초가 튼튼하고, 대외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순채권국이어서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감소했다. 앞으로의 위기상황도 잘 대처할 것이다."

토마스 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내가 본 한국, 한국 경제, 그리고 북한 경제의 잠재력' 조찬 강연회에서 "한국 경제는 97년과 2008년 두 차례 위기를 겪으며 더 강해졌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낙관적"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번 회장은 이어 "한국은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커서 부정적 영향이 없진 않다"면서 "그러나 신흥국 가운데서 가장 탄탄하고 기업과 금융 분야의 투명성이 높은, 튼튼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중국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엔화 약세로 인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으며 글로벌 수요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수출이 상당히 잘하고 있는 편"이라며 "수출 민감도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수출은 일본보다 더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번 회장은 세계적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아태지역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해를 높이고 한·미 양국 간 협력 증진을 위해 지난 1957년 설립된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으로 있다.

그는 이날 강연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번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만 예외적으로 강해졌다"라며 "제도와 금융 등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강해지며 기초체력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고 강조했다.

번 회장은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안일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라며 "외환위기 전에는 한국 내에서도 안일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관리, 투명성과 효율성의 부재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며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관리했고, 투명성도 많이 제고됐다. 아울러 정책 입안자들은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서 한국이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안전성이 상당히 높아 위기를 잘 대처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특히 최근 “한국 국채 금리가 미국 국채 금리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디커플링이란 한 나라의 경기가 특정 국가나 세계 경기와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 되는 현상을 뜻한다.

번 회장은 “한국 국채가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영향을 받긴 하지만, 한국의 안정적 인플레이션율과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도 국채수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처럼 다른 요인도 있어 한국 국채 금리는 한국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 회장은 이어 안정적인 재정운영과 공공부문에서의 낮은 부채비율도 위기 대처능력에 기여할 것으로 꼽았다.

번 회장은 "한국은 신용등급이 외환위기 당시 낮았지만 꽤 짧은 기간 내 높였는데 이는 재정흑자 덕분"이라며 "한국은 재정을 잘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는 투명한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공공부문 부채를 철저하게 관리할 결과"라며 "덕분에 외부 충격으로 인한 취약성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번 회장은 향후 한국 경제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총자금수요가 낮은 데다 재정여력도 충분하고,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지불해야 할 것이 적어 거시 건전성 정책을 펼치기에 좋다 게 이유다.

때문에 그는 "현재 한국은 잘하고 있다"라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로 목표하고 있지만, 3%만 나와도 나쁘다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계속 문제되고 있는 높은 가계부채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명목 GDP 대비해서 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은 상태라는 게 그 근거다.

다만 한국 경제 성장에 저해가 될 만한 요소에 대해 세 가지는 확실히 짚고 넘어갔다.

번 회장은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은 산업적 불균형과 다른 나라들의 비해 높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과도한 규제로 인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통일 한반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다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남한과 북한 모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번 회장은 "프론티어 시장(미개척 시장)은 대체적으로 개방율이 높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라며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개혁은 기회주의적인 성격이 크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프론티어 시장에 진입하려면 정치와 제도적인 지속가능한 개혁이 필요하다"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 가입할 때야 개혁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북한은 아직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에서 밝혔던 통일대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진지한 개혁 시도와 더불어 한국의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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