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면세점 따낸 박용만 두산 회장, 카멜레온식 경영 구설수

두산그룹이 마침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면세점 특허권을 품에 안았다.

두산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은 지난 14일 정부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신세계DF와 함께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두산은 롯데면세점 롯데월드타워점, 신세계DF는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권을 각각 획득했다.

재계 일각에서 이중 두산그룹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강력한 유통 파워와 26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 외곽인 잠실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중 매출 3위(2014년 4820억원)를 기록하고, 내년 123층 타워 완공에 맞추기 위해 롯데월드타워점에 3조8000억원을 투자한 롯데그룹보다 두산그룹이 더 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은 단지 표면적인 우려다.

핵심은 두산그룹의 잦은 변신에 대한 비판이다.

◇맥주·소주에서 중공업, 이번에는 면세점

모태였던 소비재 사업부문을 줄줄이 매각, 정리하면서까지 그룹 사업 방향을 수출 중공업 집중에 맞춰오다 최근 업황이 부진해지자 이번에는 중공업 사업부문을 잇달아 매각하는 것도 모자라 “유통 DNA”를 주장하며 다시 소비재 부문, 그것도 생소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것을 도마 위에 올렸다.

실제 두산그룹은 1996년 한국네슬레, 한국3M 매각을 시작으로 1997년 코카콜라, 1998년 두산씨그램, 1999년 전분당 사업을 팔아치운 데 이어 2001년 그룹의 상징인 오비맥주를 벨기에 인터브루에 매각하면서 소비재 기업 탈피에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도 2006년 종가집 김치, 2008년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두산주류BG를 팔고, 지난해 치킨 패스트푸드 브랜드 KFC까지 매각해 소비재 사업을 모두 접었다.

이와 달리 2001년 알짜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특혜 의혹 속에 헐값(3057억원) 인수한 것을 신호탄으로 중공업에 빠르게 특화해 나갔다.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AES사 미주지역 수처리 사업(현 두산하이드로테크놀로지), 2006년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 2006년 루마니아 IMGB(현 두산IMGB), 2007년,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밥캣 등 3개 사업부 인수(현 두산 인프라코어), 2009년 체코 발전설비업체 스코다파워 등을 사들였다.

1896년 ‘박승직 상점’으로 시작해 1915년 ‘박가분’ 제조·판매, 1952년 동양맥주(OB맥주 전신) 설립, 1980년 오비씨그램 설립, 1993년 경월소주(훗날 두산주류BG) 인수 등으로 ‘소비재 전문 그룹’ 이미지가 강했던 두산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중공업 전문 그룹’으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미스터 M&A’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위기의 두산, 중공업 매각과 면세점으로 역전할까

그러나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밥캣 인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현금 흐름에 문제점을 일으켰다. 여기에 2013년 64%에 이를 정도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신흥국 시장이 위축되자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중공업 계열사들이 모조리 실적 부진에 빠졌다.

실제 16일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두산중공업은 영업이익 667억원(전기 대비 -70.6%), 두산인프라코어는 영업이익 200억원(-84.4%),에 그쳤다. 극심한 사업부진을 이유로 지난 10월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두산그룹 이들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한 것이 맞아떨어졌다.

두산그룹은 재무 구조 개선을 목표로 알짜 중공업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서둘러 팔고 있다. 지난 6월 건설·광산장비 제작 계열사인 프랑스 몽타베르를 매각했고, 8월에는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 밥캣 홀딩스 지분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했다. 최근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공작기계 부문과 방위산업체인 두산DST 등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소비재 사업 일괄 정리를 연상시킨다.

동시에 들고나온 카드가 유커(중국인 관광객) 러시와 함께 캐시카우로 급부상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이다. 두산은 연간 외국인 관광객 710만명이 찾는 동대문 상권의 중심인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두산타워(두타)에 1만7000㎡에 이르는 시내 면세점을 차리겠다며 도전해 성취했다.

한 재계 인사는 “선대로부터 오랫동안 전개해온 사업을 매각하고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다 그 역점 사업이 부진하자 남이 오래 키워온 사업을 탐내는 카멜레온식 경영은 문어발식 경영 못잖게 문제다. 그것도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그룹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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