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채용제도 개편… 재계에 확산되나?

삼성이 '열린 채용'을 고수하되 채용 형식과 방법 등을 보완한다.

1995년 열린 채용을 공언한 이후 사라졌던 서류전형이 도입되고, 전국 200개 대학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키로 했다. 또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문항을 개선하고, 인재를 현장으로 찾아가 발굴하고 수시로 지원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삼성이 인재채용 방식에 변화를 주자 다른 대기업들이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15일 "모든 대학의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보다 적극적으로 인재가 있는 현장에서 연중 수시로 채용 대상자를 찾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열린 채용과 기회균등의 채용 정신을 살리겠다는 것"이라며 "아울러 입사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개편안"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이러한 채용 제도 변화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초까지 전공과 상식, 영어 등으로 필기시험을 치렀던 주요기업은 최근 자체적인 인적성검사를 필기시험으로 대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당장에 자체적인 업무능력검사를 바꾸거나 제도변화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입사시험에 역사 에세이 문제를 냈다. 전문성과 기능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인문적인 소양, 인성을 중시하려는 의도"라며 "인문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방침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인적성 검사를 폐지해 지원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며 "현재는 획일화 된 인재들이 일을 하는 기업문화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인재발굴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LG그룹은 'LG 웨이 Fit Test'를, 두산의 경우 '두산종합적성검사(DCAT)'를 운영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삼성의 채용 방식을 모티브로 자체적인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라며 "삼성이 밝힌 공채 과정의 부작용 역시 다른 기업들도 느끼고 있는 만큼 삼성의 제도 변화를 다들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며 "현재도 공채를 위주로 하는 기업들은 참고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삼성그룹) 원하는 방향만큼의 개선효과가 있을지는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삼성그룹의 채용방식이 '인재 입도선매'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기업들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실제로 예전의 경우, 그룹의 최종면접에는 최소 3~4곳에 합격한 인재들이 모인다"며 "이들은 본인의 적성과 근무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능력중심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기업들의 채용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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