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박소담, 누가 그녀를 김고은과 헷갈리는가

쌍꺼풀 없는 눈매 때문에 ‘은교’(2012)로 유명해진 김고은(24)을 닮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행보는 사뭇 다르다. 김고은이 자기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영화로 혜성처럼 등장, 주연의 무거움을 일찍 안 경우라면 박소담(24)은 조·단역을 거쳐 주연을 꿰찬 케이스다.

수많은 배우들 틈에 끼어서 어떻게 제 역할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낼지 고민해본 적이 있고, 오디션의 쓰라린 맛도 알며, 그렇게 따낸 배역의 출연 분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기쁨도 맛보았으리라.

개봉 7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검은 사제들’로 인해 이제 확실히 얼굴과 이름을 알리게 됐다. 게다가 사전 제작한 올리브TV 드라마 ‘처음이라서’가 방송 중이라 앞으로는 김고은으로 착각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이전에는 박보영·엄지원과 주연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을 눈여겨 본 관객들이 ‘베테랑’(2015)과 ‘사도’(2015)를 보고 그때 그배우라는 걸 알아보는 식이었다. 박소담은 ‘베테랑’ ‘사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 그리고 ‘검은 사제들’순으로 찍었다.

흥미로운 점은 ‘베테랑’의 출연분량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박소담이 연기한 캐릭터를 설명하면 이 배우가 떠오른다. 극중 황정민이 재벌3세 유아인과 처음 대면하는 클럽신에서 유인영과 함께 그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아이가 바로 박소담이다. ‘사도’도 마찬가지, 영조가 다 늙어서 들인 명민하면서도 발칙한 후궁이 바로 그녀다.

어딘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얼굴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기력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동일한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검은 사제들’을 본 관객들은 그녀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김고은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고은이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다. 고은과 저를 아는 사람들은 왜 둘이 닮았다고 하지? 의아해한다. 아마 쌍거풀이 없는 젊은 여배우가 몇 명 없다보니까 그렇게 보는 거 같다.

-라이벌로서 신경 안 쓰이나.

“그렇지 않다. 또래에 같이 연기할 배우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본다. 물론 인지도 면에서는 내가 아직 멀었지만,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배우 쪽으로 진로를 늦게 잡았던데, 한예종에 단번에 입학했다.

“고2때 뮤지컬을 보고 연기가 하고 싶어졌다. 무대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그들이 무척 행복해보였다. 부모에게 말해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했다. 수시 다섯 곳 다 떨어지고 절망한 상태에서 영상원 시험을 봤는데 다행히 붙었다.”

-‘검은 사제들’ 반응이 좋다.

“좋게 봐줘서 기분이 좋다. 내가 많이 무섭다면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지인들도 내 눈을 똑바로 못 보겠다고 해서 계속 보던 눈인데 왜 못보느냐고 해줬다 (웃음)”

-5000년 동안 산 악령이어서 독일어와 라틴어, 중국어 대사를 소화했다.

“나 뿐만 아니라 김윤석, 강동원 선배가 다 언어를 익혀야 해서 각자 외국어 대사 쪽지를 들고 다니면서 외웠다. 악령 연기를 한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다. 침대에 손이 묶여있는 설정이라 근육통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힘들었다.”

-악령에 씐 연기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 준비했나?

“다섯 명의 악령을 연기한다고 설정하고, 언어에 걸맞는 목소리톤을 찾았다. 중국어는 하이 톤의 할머니 목소리라든지, 라틴어는 권위가 있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설정했다. 정확한 발음보다는 감정전달에 주력했다. 또 제한된 동작 내에서 위협을 가하는 액션을 어떻게 할지 디테일에 신경 썼다.”

-제작사 이유진 대표가 발성과 호흡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칭찬했다.

“학교에서 연극을 하면서 기본적인 호흡과 발성을 배웠다. 그걸 가장 많이 활용한 작품이 이번 영화다. 소리가 가슴에서 나게 연습했고 소리의 굵기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 울림통을 만들었다. 악령에 씐 장면을 한달 가까히 찍어서 목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계속 훈련하면서 관리했다.”

-전작들에서 황정민, 송강호, 김해숙 등 쟁쟁한 대선배와 함께 나오는 장면을 찍었다.

“매 작품 첫 대본 리딩 때 떨었다. 그런데 내가 떨고 두려워한 게 바보 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다들 먼저 다가와 용기와 격려를 줬다. 그중 김윤석 선배는 정말 아버지처럼 챙겨줬다. 따뜻한 선배로 기억한다.”

-‘사도’에서는 쟁쟁한 여선배들에게 둘러싸여 종아리를 맞는 신을 찍었다.

“그때 실제로 맞았다. 하하. 멍이 든 분장을 한 상태로 다양한 앵글로 찍어야 해서 계속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정작 촬영할 때는 아픈 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멍이 들었더라. ‘경성학교’ 촬영을 겸하고 있던 차라 분장하는 분이 멍이 안 보이게 컨실러를 발라줬다.”

-지난 2년 한국영화 주요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다.

“작년부터 내 나이에 맞는 오디션은 거의 다 봤다. 붙은 거보다 떨어진 작품이 더 많았다. 운 좋게도 올 한 해 집중 개봉하면서 얼굴을 알아봐주고 있다.”

-분장이나 헤어스타일에 따라 얼굴이 확확 바뀐다.

“모든 여자가 그렇겠지만 나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이대가 많이 달라 보이는 거 같다.”

-드라마 ‘처음이라서’에서 또래 배우들과 또래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연기를 꿈꾸는 신인들끼리 연기하니까 또 다른 재미다. 극중 15년 ‘절친’으로 나와서 실제로 친해지면서 다양한 것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었다. 현실감 있는 캐릭터도 처음이어서 우리끼리는 정말 재미있었다.”

-요즘 일이 술술 풀려서 겁나지 않는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런 부담감은 배우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좋은 방향으로 어떻게 이겨낼지를 고민하는 시기다. 단편부터 독립영화를 거쳐 조금 더 큰 세상에 나오게 된 건데, 이렇게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한 게 내게 힘이 되는 거 같다.”

-‘검은 사제들’은 어떻게 따낸 배역인가?

“공개오디션을 봤다. 3차까지 봤다. 1차는 자유연기, 2차는 영신이 악령 씐 대사로 지정연기. 5~6쪽을 받아서 한국어로 연기했다. 3차에는 그걸 외국어로 연기했다.”

-자유연기 때는 무얼 보여줬나?

“일상적인 언어를 할 수 있는 감정연기를 했다. 권상우와 김하늘이 주연한 영화 ‘청춘만화’에서 김하늘이 아버지 병원에서 마음 속 울분을 쏟아내는 장면을 연기했다.”

-굳이 그 장면을 고른 이유는?

“처음 보는 심사위원들에게 내가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대사가 있는 장면이다. 상대가 딱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내 감정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

-배우로서 연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담고 있다. 거기에 나온 인물이 관객들에게 친근하고, 현실의 어딘가에 있을 법하다고 느낄 수 있게끔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싶다. 배우는 인간을 연구하고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스스로 인간적이고 친근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런 사람이 되면 원하는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믿는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