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의 4번타자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역전 투런포로 답답했던 타선에 물꼬를 트며 프리미어12 첫 승을 이끌었다.
이대호는 11일 오후 7시50분(한국시간)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015 프리미어12 B조 예선 2차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0-1로 뒤진 7회초 1사 2루에서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때렸다.
역전 결승홈런으로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0-5로 완패한 한국의 대회 첫 타점이자 득점이었다. 16이닝 만에 나왔다.
한국은 10-1로 승리, 개막전 패배의 충격을 씻었다.
이대호는 바뀐 투수 미겔 페르민의 2구째 146㎞짜리 직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겼다. 가운데로 몰린 실투였다.
방망이에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을 만큼 잘 맞은 타구였다. 손바닥 상태를 생각하면 놀랍다. 이대호는 재팬시리즈 도중에 손바닥 부상을 입었다. 견디고 있다.
이대호는 "손바닥 통증은 일본전 하면서 생각보다 돌리는 느낌이 좋았다"며 "오늘 자신 있게 돌렸다. 홈런을 칠 때는 지고 있었기 때문에 찬스 만들기 위해 중심에 맞춘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홈런이 됐다"고 했다.
이대호의 홈런은 단순한 역전타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무엇보다 침체됐던 타선에 불을 지폈다.
이대호의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 타선은 도미니카의 선발 루이스 페레스의 구위에 눌려 1안타 빈공에 시달렸다. 안타성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향해 운도 따르지 않았다.
앞서 일본전 흐름과 유사했다. 일본과의 경기에선 선발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에게 삼진 10개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오타니를 상대로 때린 안타는 2개뿐. 한국은 안타 7개를 때렸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일본에 영봉패한 한국은 이날 6회초까지 15이닝 동안 홈을 밟지 못했다.
이대호가 한 방으로 모든 흐름을 바꿨다.
이대호의 홈런이 터진 후에 조용했던 더그아웃은 활기를 찾았고, 이어진 8회초 공격에서 5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9회초에도 3점을 올렸다.
그는 "지금 선수들이 너무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일본전을 하면서 막혀있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분위기를 살려서 내일부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8회초 1사 3루에서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리고, 대주자 오재원(두산)으로 교체됐다.
이날 역전 투런포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목말랐던 김인식호에 단비를 내렸다.
히팅 포인트를 찾은 한국은 11안타 10득점으로 제 페이스를 찾았다. 경기를 치를수록 감각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재팬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소속팀 소프트뱅크를 2년 연속 정상으로 인도했다.
4번타자다운 면모를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과시했다.
이대호는 "(국가대표 4번타자는)정말 영광스럽다.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에 나가는 중요한 자리"라며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야수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다. 오늘 한 경기가 전부가 아니라 4번타자로 팀에 보탬이 돼 좋았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더했다.
이대호는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현지의 호평과 기대가 이어지는 상황. 프리미어12가 이대호에게는 '쇼케이스 무대'이기도 하다.
1승1패가 된 한국은 12일 낮 1시 베네수엘라와 예선 3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