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는 명성 만큼이나 강력했다.
오타니는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개막전 한국과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 6이닝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오타니는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고쿠보 히로키 일본대표팀 감독은 개막전 선발로 오타니를 예고했다. 한국이 최종일이 돼서야 김광현(SK)을 선발로 내세울 것임을 밝힌 것과 대조된다.
오타니는 현재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다. 직구 최고구속 163㎞로 기록해 일본 타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투타를 겸업하고 있어 '야구천재'로 통한다.
올 시즌 오타니는 마운드에서 15승5패 평균자책점 2.24로 날아다녔다. 타석에서도 타율 0.202(109타수 22안타)에 5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일본은 개막전이 열리는 삿포로돔에서 홈팀 에이스 오타니를 앞세워 대회 흥행에 불을 지피겠다는 심산이다.
김인식 감독은 오타니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와중에도 "아직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희망을 찾았다.
그러나 분명 '괴물'은 '괴물'이었다. 오타니는 강속구와 정교한 포크볼을 앞세워 한국타자들을 요리했다.
오타니는 그라운드의 선수들 중 가장 큰 환호를 받으며 입장했다. 1회 2사에서 김현수를 상대하던 도중 2구째 직구가 미트에 꽂히자 전광판에 숫자 '161㎞'가 떴다. 비록 낮은 코스로 향해 볼이 됐지만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일본의 기대를 짊어진 오타니는 호투를 이어갔다. 직구 구속은 160㎞에 육박했고 섞어 던지는 포크볼도 140㎞ 후반대였다. 공만 빠른 것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 구석으로 공을 찔러넣는 정교한 제구력을 선보였다. 완급조절도 능숙했다. 직구 구속을 자유롭게 조절했다. 가장 빠른 공과 느린 공의 속도 차이는 시속 15㎞ 이상이었다.
2회 2사에서 손아섭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오타니는 허경민에게 4구째 160㎞ 직구로 삼진을 잡았다. 기세를 올려 3회 한국의 공격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4, 5회엔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4회 1사에서 김현수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4번타자 이대호를 슬라이더로 속여 병살타를 유도했다.
5회엔 위력이 절정에 달했다. 오타니는 선두타자 박병호의 2루타와 손아섭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삼진쇼'가 시작됐다.
한층 힘을 뺀 147㎞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오타니는 포크볼 2개를 연달아 던져 허경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타자 강민호에겐 다시 구속을 올렸고 빠른 직구로 삼진을 잡았다.
허무하게 두 차례 기회를 놓친 한국은 2사 김재호의 타석에서 대타 나성범카드를 꺼내들었다. 유격수 자원 김상수가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것을 감안하면 위험부담을 떠안은 승부수였다.
그러나 오타니는 나성범마저도 완급조절을 앞세워 3구삼진으로 침묵시켰다. 143㎞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오타니는 2구째엔 무려 158㎞ 직구를 몸쪽 아래로 꽉 채워 집어넣었다. 3구째 스트라이크존 아래쪽으로 들어오는 포크볼을 나성범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6회에 오타니는 1번타자 이용규부터 상대를 했다. 타순이 두바퀴를 돌았지만 한국 테이블세터진을 쉽게 요리했다. 초구에 이용규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오타니는 정근우와 김현수를 차례로 삼진으로 처리했다. 6회에도 최고 구속은 157㎞에 달했다.
투구수 91개를 기록한 오타니는 팀이 4-0으로 앞선 7회에 노리모토 타카히로와 교체됐다.
노리모토가 이후 2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켰고 이후 마츠이 유키가 9회를 지키며 오타니가 승리투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