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숙적' 일본과의 대결을 코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돔구장인 삿포로돔 적응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2015 프리미어12 한국대표팀은 8일 오후 7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삿포로돔에서 일본 대표팀과 개막 경기를 치른다.
매끄러운 준비 과정은 아니었다. 한국시리즈를 비롯한 포스트시즌 일정이 대회 바로 앞까지 잡혀 있었다.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까지 합류해 '완전체'가 된 것은 지난 2일이었다. 이후 대표팀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 2차례 친선경기를 치렀다.
김인식 감독은 "일본과 한국 모두 자국 리그가 늦게 끝나며 충분히 연습을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같은 사정이지만 크게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삿포로돔의 경험 여부다.
대표팀은 아직 삿포로돔 잔디를 밟아보지도 못했다. 7일 최종 훈련은 인근 니혼햄 파이터스의 실내연습장에서 했다. 이날 삿포로돔에선 일본프로축구 2부리그인 J2리그 경기가 열렸다.
타격연습도 케이지 안에서만 할 수 있었다. 실제 외야로 타구를 날리며 타격감을 조율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실내연습장은 내야 수비만 가능한 공간이었다.
결국 돔구장 적응에 중요한 외야수비와 타격 연습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일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결국 한국 선수들이 삿포로돔에서 경기 전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단 50분 뿐이다. 그마저도 연결된 시간이 아니다.
대회 전 일정에 따르면 오후 4시40분부터 일본이 40분간 타격연습을 한다. 이후 한국이 오후 5시20분부터 40분 동안 연습을 한다. 이후 오후 6시5분부터 다시 일본과 한국이 10분씩 번갈아 수비 연습을 한다.
한국선수들은 돔구장 경험이 극히 적다.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뛴 이대호, 이대은 정도만 경험이 있다.
거기에 일본이 개막전 흥행 카드로 한일전을 원하면서 한국은 가장 힘든 이동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KBO 측도 이를 세계야구소프트연맹(WBSC)과 일본 측에 어필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부 축구리그의 일정을 변경할 수 없었다.
그나마 대회를 앞두고 고척스카이돔이 완공됐고, 쿠바와 2차례 친선 경기를 치른것이 천만다행이다.
고척돔에서 2경기를 치른 태극전사들 중 투수들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밝혔다. 김광현은 "실내라서 어수선할 줄 알았는데 집중도 잘 됐고 타구도 그리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고 했고, 이대은은 "돔구장에서 경기를 많이 해봐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일본의 돔들이랑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수들은 달랐다. 박병호의 경우는 "타구의 비거리는 비슷한 것 같은데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타자들이 충분히 타격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고척돔은 공과 식별이 잘 되지 않는 천장의 색깔 때문에 야수들이 수비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개장 14년차인 삿포로돔에 이런 문제가 있을 리는 없다. 다만 미세한 부분이 큰 결과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종목이 야구다.
상대 일본은 프로 12개구단 중 6개팀이 돔구장을 홈으로 쓴다. 거기에 경기가 열리는 삿포로돔의 주인은 니혼햄 파이터스다. 개막전 선발 오타니 쇼헤이의 소속팀이다.
일본은 개막전 선발로 오타니를 밀었다. 홈 이점을 등에 엎은 오타니를 앞세워 반드시 개막전을 승리하고, 대회를 흥행 가도에 올려놓겠다는 심산이다. 김인식 감독 역시 "오타니가 홈구장인 삿포로돔에서 던진다는 것"을 경계했다.
결국 악조건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밖에 없게 됐다. 남은 50분 동안 최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수 밖에 없다.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투수진의 호투가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김인식 감독은 선발카드 김광현에 이어 일본야구를 잘 아는 이대은이 올라가는 '1+1' 구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선에서는 이대호를 믿을 수 밖에 없다. 퍼시픽리그 소속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었던 이대호는 삿포로돔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 9월, 시즌 29호 홈런이자 첫번째 만루홈런을 터뜨린 곳도 삿포로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