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막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고고도에서 갑자기 추락해 22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고 여객기 항공사는 2일(현지시간) 조종사 실수와 기계결함을 배제했지만, 러시아 항공당국은 결론내리기엔 시기상조라며 항공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사고 여객기가 지난 10월31일 이륙 23분 만에 시나이 반도 3만1000피트(약 9.5km) 상공을 지나다가 추락했다.
일부 항공전문가는 사고 여객기 에어버스 A321이 지난 2001년 이집트 카이로 공항 활주로에서 꼬리가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다는 이력을 들며 적절히 수리 못하면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했고,또다른 전문가는 기내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이날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와 관련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저지른 테러 행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워싱턴에서 국방전문 매체인 '디펜스 원'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현재 테러단체가 관여했다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증거가 없어 테러공격 가능성은 적지만, 이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러 공격 배제 가능성에 대해 "어떤 버전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고 항공사 코갈림아비아(메트로젯)은 2일 조종사 실수와 기기 고장 등 기계결함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며 외무 충격 가능성을 주장했다.
사고 항공사의 알렉산더 스미르노프 이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추락한 여객기가 공중 분해됐다는 러시아 항공위원회 조사결과를 인용, 비행기가 상공에서 갑자기 부서지는 경우는 “오직 외부 충격에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자세히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 더는 언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진 테러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가능성이 있다"고만 답했다.
이에 알렉산더 네라드코 러시아 항공교통청장은 아직 결론내리기에 너무 이르고 결론 내릴 근거도 없다며 항공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TV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전문가들의 블랙박스와 여객기 잔해 분석 후에 사고 원인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해 그는 여객기가 공중 분해돼 현장에 여객기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면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조종사가 추락 전 관제탑과 연락해 조난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고 항공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집트 정부 관계자들은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보통 항공전문가들은 여객기 추락 사고원인으로 악천후, 비행 중 충돌, 폭탄이나 미사일 등에 의한 외부 충격 중 하나를 꼽는다.
이집트와 러시아 당국 모두 시나이 반도에서 활동하는 IS의 사고 여객기 격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일축했으나 미국, 독일, 영국 정부 모두 시나이 반도 상공 비행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었다.
이들 3개국은 자국 항공사들에 시나이 상공을 비행할 때 반드시 고도 2만6000피트 이하로 비행해서는 안 되며 특히 샤름 엘-셰이크 공항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시나이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극단주의자들이 고고도에 도달할 수 있는 대공무기를 사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국 군사전문가 폴 비버는 IS가 고고도에 비행하는 여객기를 타격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체계를 보유했다고 알려진 바 없어 기내에 설치된 폭탄이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항공 전문가 로버트 갈란도 사고 항공사의 외부 충격에 대한 주장에 대해 폭탄테러와 사보타주(파괴 공작) 2가지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 2가지가 가장 가능성이 큰 가설"이라며 “사보타주는 연료체계와 기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지만, 폭탄 설치는 이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블랙박스 분석은 비행 기록과 조종사 음성기록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폭탄테러인지 사보타주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폭탄 테러의 여부는 비행기 파편에서 폭발물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 조사단이 48시간 이내에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