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수익의 대부분을 상생 예산으로 내놓겠다고 약속을 하거나,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거의 전부를 면세점으로 유치하겠다는 황당 공약도 나오고 있다.
우선 상생 관련 예산은 기업들이 발표하는 순으로 높아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5년 동안의 사회공헌 예산으로 1500억원을 발표하자 SK는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400억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신세계는 다음날 여기에 300억원을 추가해 2700억원의 예산을 발표했다. 5년의 특허 기간을 고려했을 때 예상되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상생에 쏟아 붇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상생 경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1·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3916억원과 1861억원이다. 초기 투자가 많은 면세 사업의 특성상 신규 면세점이 5년 동안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익의 대부분을 상생에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면세 관광 인프라 확보 등에 재투자할 여력이 사라져, 한국 면세 시장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예산의 사용처도 논란이 되고 있다. 2700억원으로 가장 높은 상생 예산을 발표한 신세계는 중소기업·지역 상권과의 상생, 관광자원 개발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사용 계획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530억원을 들여 남대문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새 단장 등을 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는 마케팅 계획의 일부이지 상생 계획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SK는 '상생 11대 약속'을 발표하며 신세계보다 상세한 계획을 밝혔지만 계획안 중 영업이익 10% 사회 환원, 동반성장펀드&미소금융, 신진 디자이너 육성 등이 상생 취지에 걸맞을 뿐 다수 공약 사항은 상생과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2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 고객사은품 지급, 올빼미 면세점 운영, 모바일원패스 구축/제공, 동대문 야경 업그레이드 등 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당연히 투자해야 되는 비용을 빼면 실제 상생 예산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생 공약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과는 달리 면세점 운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직접 유치 계획은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면세점이 관광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면세점들이 자체 역량을 발휘해 외국 관광객을 직접 끌어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직접 유치 공약을 밝힌 곳은 롯데면세점 뿐이다. 롯데면세점은 9월24일 출사표를 제시하며 향후 5년간 1300만명의 외국 관광객 직접 유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두산과 신세계는 각각 '5년간 동대문 신규 관광객 1300만명 증가', '2020년까지 도심관광객 1700만명으로 2배 확대' 등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면세점 직접 유치 계획이 아니라 면세점 유치에 따른 관광객 증가 전망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SK는 이와 달리 좀 더 구체적인 공약으로, 2020년까지 워커힐에 570만명, 동대문 케레스타에 연간 1300만명 등 연간 총 1870만명의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직접 유치한 외국관광객 수가 155만명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숫자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업계 전문가는 "면세점 특허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이 난무하고 있다"며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조짐을 보이는 등 면세 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허황된 공약 경쟁을 멈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각 사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관세청은 마감 현재 입찰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면세점 선정은 경영능력과 관리역량,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등을 평가해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 최종적으로 선정되게 된다.
현재 관세청은 기업별 프레젠테이션 날짜를 조율 중이며, 정확한 발표일은 1주일 전 해당 업체에 통보된다. 발표 당일 모든 사업자의 프리젠테이션이 마무리되면 심사위원회는 곧바로 토의를 거쳐 최종사업자를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