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열심히 살고 있어요. '낮은 자세로 방송에 임하자'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MC 김한석(43)은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에게 MBC TV 아침방송 '기분 좋은 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신' 같은 프로그램이다.
"일적으로 가장 기쁜 일이 '기분 좋은 날' MC가 된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 인생 24년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100% 전담하고 있지는 않지만 살림·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주부들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tbs 교통방송(FM95.1㎒) '김한석의 라디오 킹'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주말 오전 10~12시에 신속·정확한 교통정보와 함께 음악과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기분좋은 날'은 횟수로 이제 5년차, 라디오는 2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라디오에서 청취자 전화 연결이 제일 재미있어요. 연예인과 청취자 간의 만남이 아니고, 친구처럼 편하게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리퍼브 가전·가구매장 올랜드 전속 모델로 발탁되며 CF 모델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또래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다.
"연예인이 아니다"고 스스로를 정의한 김한석은 "그냥 직장인, 방송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데뷔하자마자 이휘재와 함께 했던 '롱다리 숏다리'가 뜨면서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당시에 잘 나갔을 때도 '나 연예인이야'라고 한 적이 없어요. 대중이 좋아해줘서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직장인·방송인으로 살아왔어요. 그런 마인드가 '기분 좋은 날'에서 통한 것 같아요. 주부님들 눈높이를 맞춰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드리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MBC TV '찾아라! 맛있는 TV'를 진행하셨는데요. 요즘 요리를 주제로 한 방송이 대세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입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조금 민망한데요. 10년간 '찾아라 맛있는 TV' MC를 하면서 음식 맛을 표현할 때 최초로 '비유법'을 썼습니다. 15년 전만해도 방송에서 음식 맛을 표현할 때 '짜다' '맵다' '싱겁다'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음식 맛을 전달하는 표현을 연구했는데요. 예를 들어 국물이 시원하면 '입 안에 에어컨 들어오네요', 톡톡 터지는 식감을 '입 안이 페스티벌이네요. 불꽃 축제하고 난리났습니다' 등으로 아무도 안 썼던 표현을 제가 썼습니다. 오래 전에 썼던 비유법이 요즘 방송에서도 계속 이어져서 흐뭇합니다."
-MBC TV '기분 좋은 날'에서 많은 요리를 소개해주시잖아요. 실제로 요리를 잘 하시나요?
"요리 소개를 할 때 녹화 세트장이 다른데요. 늘 대본이 없고 레시피도 안 보고 요리명만 봅니다. 미리 요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시청자들이 궁금한 것을 못 물어본다고 생각해요. 이미 알고 있어서 '이거는 뭐 만들려고 하는거죠?'라고 말해버리면 진행자가 필요없어요. 요리를 따로 공부하지 않고 시청자들이 모르는 것을 대신 물어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와이프가 요리하는 여자이지만, 제가 집에서 요리를 할 때가 있어요. 그런 경험도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 같아요."
-아내와 딸을 위해 요리까지 하고 가정적인 자상한 남편인 것 같아요.
"결혼과 아내의 출산으로 제 인생이 리폼됐다고 생각해요. 저보고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던 분이 있는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인생의 굴곡이 좀 심했잖아요.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상황에서 결혼하고 딸이 생기면서 팔자가 뒤바뀌었다고나 할까요. 하하."
-저도 이 부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데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신경쓰면서 남의 시선에 맞춰 산다고나 할까요. 너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다보면 결국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똑같이 살았어요. 24년 방송생활하는 동안 한 번도 바뀌어본 적이 없어요. 부정적인 이미지는 사람들이 만들어준 것이지 스스로의 판단은 없었어요. 제 나름대로의 소신과 철학대로 살고 있습니다."
-어느덧 올 한 해도 다 끝나가고 있는데요. 올해 세운 계획들은 많이 이루셨나요?
"재작년에 입학 23년 만에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연예계에 데뷔했는데, 아버지 병환때문에 졸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공부에 대한 꿈이 남아 있어서 지난 가을학기부터 동국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한 이유는요.
"실무 경험은 많은데 이론화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제가 갖고 있는 24년의 실무 경험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서 신문방송학과를 택했습니다."
-대학원 진학 후 또 다른 꿈이 생기셨는지요.
"나중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예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주는 후배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누구보다도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입니다. 제가 전수해주고 싶은 것은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입니다. 오히려 그 실패담이 성공으로 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방송인이 되고 싶으세요.
"송해 선생님은 모든 방송인들의 로망입니다. 대한민국에 많은 방송인들이 있는데 정작 방송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 안 됩니다. 사실 밑에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스타가 돋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10년, 20년 방송했다고 해서 스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방송을 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묵묵히 제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시청자들과 함께 늙어가는 방송인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