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오는 11월 1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두고 비판적 언론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휴리예트 등 터키언론들은 27일(현지시간) 경찰이 반정부 성향의 언론사인 부균 TV, 카날투르크TV, 일간 부균 및 밀레트 등이 입주해있는 건물 밖에서 벌어진 언론탄압 비난시위를 물대포와 최루탄 등을 동원해 진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부균 등의 언론사들을 소유하고 있는 코자이펙 홀딩에 반정부 테러조직 후원 혐의를 뒤집어 씌워 아킨 이펙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통제에 들어간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벌어졌다. 일간 밀레트와 부균은 이날 1면을 검은색으로 제작해 정부의 탄압에 항의했다.
코자이펙 측 변호사는 이날 “지난 2년간 회계 감사를 받아왔지만, 정부는 아무 것도 밝히지 못했다”며 “언론사들의 입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반정부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 측 대변인도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모두에 대한 사악한 마녀 사냥”으로 언론탄압을 강력히 비난했다.
최근 터키에서는 에르도안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이 세금 폭탄을 맞고, 고위 정치인들의 비난 대상이 되며, 소속 기자와 경영진이 폭행 당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터키 독립 언론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플랫폼24의 창립멤버인 야부즈 바이다르는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터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억압하는 정부의 작업이 더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어 이전보다 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코자 이펙의 압수수색 후 자유 독립적인 언론은 도간(Dogan) 뉴스 통신사 밖에 남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터키 검찰은 지난 9월 부균이 1면에 정부가 시리아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지원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한데 대한 보복으로 지주회사인 코자 이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유럽연합, 국제언론인협회(IPI) 등은 터키 정부의 언론탄압을 강력히 비난했다.
에르도안 정부가 코자 이펙 산하 언론사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이유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페툴라 귤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정부는 귤렌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코자 이펙이 '귤렌 테러집단'에 돈을 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폐툴라 귤렌(73)은 지난 2009년 미국 외교전문기 포린폴리시(FP)가 '세계 최고 100대 지성' 1위로 선정했을 만큼 터키 출신의 세계적인 이슬람 사상가이다. 봉사를 바탕으로 이슬람 가치를 알리는 히즈메트(Hizmet)운동을 펼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으며, 방대한 규모의 기업, 학교, 미디어 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구귤렌은 당초 에르도안의 핵심 후원자 중 한 명이었지만 에르도안이 권위주의 정치를 강화하자 등을 돌려 반 에르도안 운동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