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릴레이 주가조작에 워런트 발행 가장'…檢, 무자본 M&A 세력 적발

자본금 없이 회사를 인수하며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주가조작을 저지른 기업사냥꾼과 시세조종 세력이 대거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공동 인수자들이 번갈아 주가조작을 총괄하거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발행하고 주가를 띄워 납입금을 가로채는 등 지능적인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 인수자가 릴레이식 주가조작…개미투자자 손실 막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코스닥 상장법인 위지트의 주가조작을 총괄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실사주 정모(44)씨를 구속기소하고 공동 실사주 이모(41)씨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아울러 이들의 총괄 지시를 받고 시세조종을 실행한 대부업체 대표 김모(42)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등 주가조작에 가담한 9명도 재판에 넘겼다.

정씨는 2011년 10월 위지트 경영진과 247억원에 주식 3100만주(83.8%)를 인수키로 계약을 맺고 2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정씨가 당시 지불한 20억원은 자신의 돈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차용한 돈이었다.

자본 없이 위지트를 진수한 정씨는 이후 227억원에 달하는 잔금을 조달하기 위해 위지트 주가 인위부양에 나섰다. 정씨의 의뢰를 받은 대부업체 대표 김씨는 정씨가 위지트를 인수한 직후인 2011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총 2만1000여차례에 걸쳐 시세조종 주문을 넣었다.

이들의 범행으로 위지트 주식은 기존 1310원의 3배에 달하는 3940원까지 뛰었다. 정씨는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가 오르자 이를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기고 잔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정씨는 이 외에도 또 다른 주가조작꾼들을 동원해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총 1만8000여차례의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게 했다. 이 기간 동안 위지트 주식은 이미 부양된 금액인 3100원에서 3470원까지 재차 올랐다.

피해를 본 것은 주가 상승 외형만 보고 주식매매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이었다.

시세조종 기간에 폭등한 위지트 주가는 시세조종이 2012년 1월 시세조종이 종료되자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부양된 주가를 기준으로 담보를 잡았던 사채업자들이 주가가 떨어지자 주식을 반대매매하면서 2012년 2월 초 위지트 주가는 주당 900원 선까지 폭락했다.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호재를 기대한 개미투자자들은 자신이 사들인 위지트 주가가 폭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정씨의 1차 시세조종이 그렇게 개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끝나자, 이번엔 공동 실사주인 이씨가 2차 시세조종에 나섰다.

이씨는 1차 시세조종에 가담했던 대부업체 대표 김씨에게 재차 주가조작을 의뢰했다. 이에 김씨는 2012년 5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총 200차례에 걸친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주가를 폭락가인 963원에서 최고 1770원까지 반등시켰다.

번갈아 시세조종에 나섰던 정씨와 이씨는 주가가 부양될 때마다 보유주식을 매도했고, 범행 이후 팔지 못하고 남긴 500만주만으로도 85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 관계자는 "무자본 M&A 세력들이 타인의 자본으로 손쉽게 상장기업을 인수해 인수된 기업과 선량한 일반투자자에게 이중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향후에도 무자본 M&A 세력의 기업인수 비리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워런트 미끼로 납입금 가로채…공인회계사도 가담

검찰은 이와 함께 워런트를 미끼로 납입금을 가로챈 신종 주가조작 행위도 적발했다. 지난 5월 기소된 코스닥 상장사 파캔오피씨 김모(45) 부사장이 주인공이다.

김 부사장은 2013년 4월 코스닥 상장사인 파캔오피씨 주식 253만주를 50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계약금 5억원을 기존 경영진에 지급했다.

김 부사장은 위지트를 인수한 정씨와 마찬가지로 무자본 상태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인수 계약금을 지불한 상황이었다. 김 부사장은 이후 인수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들에게 45억원을 조달, 같은 해 5월 잔금 지급을 마쳤다.

당시 김 부사장은 파캔오피씨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열사 부채를 해결하기로 한 상태였다. 김 부사장은 이에 워런트를 발행하고 주가를 띄워 담보주식을 보유한 사채업자들로부터 납입금을 모집하기로 계획했다.

김 부사장은 이후 주가조작 전문가인 장모(40)씨를 끌어들여 2013년 7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총 3200여차례에 걸쳐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케 했다.

이들의 범행으로 파캔오피씨 주식은 2510원에서 최고 4275원까지 뛰었다. 당시 파캔오피씨의 워런트 행사가는 2391원으로, 주가가 인위 부양되면서 주당 198원에 불과했던 행사가와 주가 차액 역시 주당 1884원으로 급증했다.

파캔오피씨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던 사채업자들은 행사가와 주가 차액이 벌어지며 수익률이 상승하자 워런트 158만주를 인수하고 행사대금으로 38억원을 납입했다. 외관상으론 정상적인 워런트 발행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인위적인 주가부양을 통해 납입금을 모집, 가로챈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파캔오피씨의 이 같은 주가조작 과정에는 대형 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사장에게 인수되기 전 파캔오피씨의 인수합병 자문을 맡았던 대형 회계법인 상무 박모(41)씨였다.

박씨는 김 부사장의 인수를 마무리하고 자신의 자문용역 자금을 받기 위해 시세조종 자금 3억원을 조달, 주가조작 전문가 장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씨에게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고, 시세조종에 참여한 장씨를 비롯한 주가조작 전문가 3명은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감시해야 할 전문직역 종사자가 금품에 현혹돼 사회적 책무를 망각하고 주가조작 세력과 범행을 주도했다"며 "앞으로도 전문직역의 주가조작 가담 비리를 지속적으로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사장 일당이 시세조종을 종료하자 파캔오피씨 주식은 같은 해 12월 800원대까지 폭락했고, 손실을 우려한 사채업자들이 대량으로 담보주식 반대매매에 나서면서 김 부사장 일당은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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