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롯데의 중국 사업 진출을 놓고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공방이 치열하다.
아무런 보고 없이 중국에 투자해 1조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는 신동주 회장과 중국 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보고된 뒤 진행됐다는 신동빈 회장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소송까지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04년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 추진했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경영정책본부 부회장으로, 베트남과 러시아, 중국 등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중국에는 유통을 비롯해 식음료·케미칼·물류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들어섰다. 롯데그룹은 식품·유통·건설 등의 계열사 역량을 집중해 계열사의 해외진출을 돕겠다는 계획이었다.
기업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 4곳의 중국과 홍콩 법인들은 2011년부터 4년간 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인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의 중국과 홍콩 법인들은 2011년 927억원, 2012년 2508억원, 2013년 2270억원, 지난해 5808억원으로 매년 늘어나 총 1조1513억원의 적자를 냈다.
실제로 최근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 4곳(칭다오시 2곳, 웨이하이시 1곳, 웨이팡시 1곳)을 폐점키로 결정했다. 적자가 심한 영업점을 정리하고, 영업구조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에서 120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의 매출은 2013년 1조7300억원에서 지난해 1조51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외시장 투자 단계에서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이들의 성적표는 이미 적게는 진출 7년, 많게는 16년이 흐른 시점으로, 실적은커녕 리스크가 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제과 중국법인의 상반기 공장 가동시간은 556시간으로 가동가능 시간(2520시간)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중국 제과시장 진출에 실패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다.
신동주 회장 측에서 주장하는 것도 바로 초기 투자에 따른 일시적인 적자보다는 실질적인 리스크가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동주 회장은 이번 가처분 신청을 통해 회계자료를 확보해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중국사업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신동주 회장 측은 당초 공사에 착공했을 때 2016년 1월에 모든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적자가 거듭하면서 2단계 프로젝트 시기도 늦춘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에게 모두 보고된 내용이며, 현재 손실부분도 있지만 사업의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해외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새롭게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으로 인해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크며, 그 만큼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투자회수 시점이 국내 보다 훨씬 길다"며 "롯데그룹의 중국사업도 아직 전체적으로 계획된 투자회수 시점이 되지 않아 적자처럼 보이는 것뿐인데 이를 두고 단순히 손실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도 '중국 사업 보고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중국 사업 강희태 부사장이 전반적인 보고를 신 총괄회장에게 했고, 이 자리에는 신동빈 회장도 배석했다"며 "신 총괄회장이 보고를 받고 '왜 더 진출을 하지 않느냐'고 해서 우선 5개 점포를 안정화하고 나서 더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사업 1조원 손실설'에 대해서는 "롯데백화점의 2011∼2014년 누적 영업적자는 EBITDA 기준으로 1600억원, 롯데그룹 전체는 3200억원"이라며 "내년에는 4조5000억원 매출과 9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