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3분기에도 삼성중공업만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조선업계는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잦은 설계 변경 및 이에 따른 공기 지연 등 구조적인 적자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중 매출액 10조9184억원, 영업손실 6784억원, 순손실 4514억원을 기록했다.
조선 부문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취소에 따른 선손실 반영, 유가하락 등 해양플랜트 부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예상 손실 충당금 반영, 현대커민스 등 부실법인과 중국 건설장비 사업 정상화를 위한 중국 내 법인 청산 등 사업 구조조정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선주로부터 받기로 했던 체인지 오더(Change Order·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추가 정산)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설계 변경에 따른 인도 지연 여파로 손실이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중 매출액 3조1554억원, 영업손실 1조2171억원, 당기순손실 1조3643억원을 기록했다.
채권단 실사 과정에서 파악된 총예정원가의 추가 반영과 드릴십 계약해지,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등을 반영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드윈드·망갈리아 조선소 등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손실까지 반영되면서 실적이 더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빅3 중에서는 선방했다. 3분기중 매출액 2조4364억원, 영업이익 846억원, 당기순이익 5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에 해양플랜트 관련 실적을 미리 반영한 게 3분기 실적 호전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매출액이 감소한 점과 1회성 이익이 많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조선업계는 4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을 장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를 실적개선 전환점으로 꼽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부문에서 일반상선은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저가 수주 물량이 점차 해소되면서 공정이 안정화되고 있고 해양부문도 현 시점에서 인식할 수 있는 손실을 모두 반영했다"며 "전기전자, 엔진 등 다른 사업분야에서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4분기는 실적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사업재편과 함께 이미 인력효율화 작업을 마쳤으며 현대자동차 주식 매각과 현대상선 주식 교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사업대표 중심의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조직정비 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실적 개선 추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호주 익시스(Ichthys) 해양가스처리사업 프로젝트 체인지 오더 등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8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앞으로도 극한의 원가절감은 물론 해양 프로젝트의 체인지 오더 발굴과 인센티브 확보 등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지만, 현재 생산 공정과 영업활동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채권단에서 유동성만 지원하면 4분기부터는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잔량 중 42%가 고부가가치선박인 LNG선과 LPG선 등 가스선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이들 선박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내년부터는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해양플랜트 부문 실적 부진이 당분간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여전히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면 아래 전반적인 해양 프로젝트들의 발주 움직임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저가수주, 잦은 설계변경과 이에 따른 공사지연, 기자재 가격 상승 등이 대규모 적자의 배경"이라며 "적자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동일한 문제가 매 분기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번 분기에는 대규모 손실이 없었으나 3분기 매출액 감소를 감안시 적자 프로젝트의 매출 반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센티멘트가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