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현대증권 매각 무산에 희비 엇갈린 CEO

퇴임 위기서 다시 지휘권 잡은 윤경은 사장 '웃고'... 정식 취임 앞두고 불발된 김기범 사장은 '아쉬움'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면서 자리 이동을 준비하고 있던 윤경은 현 사장과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증권 인수 절차를 밟아오던 오릭스PE(Private Equity)는 지난 19일 현대증권 최대주주이자 매도인인 현대상선과의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전했다.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현대증권 매각 무산은 윤 사장과 김 사장의 운명도 바꿨다. 

윤 사장은 웃고 김 사장은 고배를 든 상황이 됐다. 

오릭스PE는 지난 6월18일 현대상선과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현대증권 주식 5338만410주(발행주식 총수의 22.56%)를 인수하겠다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주주 등극을 앞두고 오릭스PE가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일은 '수장 물갈이'였다. 김 전 대우증권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김 사장의 신임 대표이사 취임과 윤 사장의 퇴임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회사 주인이 바뀌는 만큼 사장 교체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두 사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에 충실했다. '시한부 생활'을 하게 된 윤 사장은 묵묵히 업무에 매진했다. 지난해 7월 대우증권 사장에서 물러났던 김 사장은 여의도 재입성을 위해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던 현대상선과 오릭스 간 거래는 대주주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번 매각을 두고 이면계약, 파킹딜(Parking Deal·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기는 딜), 야쿠자 자본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오릭스PE의 현대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며 '매각 무산설'이 고개를 들었고 불과 5일 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릭스PE는 "일본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언론 보도에 부담을 느꼈다"며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거래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판을 덮었다. 

윤 사장은 기사회생했다. 김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한 건 인수를 예고했던 오릭스 측이었기 때문에 주식매매계약 해제와 함께 현대증권 사장 교체도 없던 일이 됐다. 

변수는 있다. 윤 사장은 현재 현대증권의 대주주인 현대그룹에 대한 신용공여 혐의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오는 22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윤 사장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재심에서 구체적인 제재 내용이 나오면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쳐 제재가 확정된다. 

만약 해임권고 이상의 징계가 나오지 않는다면 윤 사장의 잔여 임기는 보장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연임된 그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오릭스와의 계약 해제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일단 현 윤 사장 체제로 현대증권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억울한 처지가 됐다. 약 4개월 동안 현대증권 인수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회사 간 계약 해제로 인해 제대로 뜻 한 번 펴지 못했다. 

그는 "회사 간에 발생한 문제인 만큼 내가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김 사장은 "당장은 아쉽지만 이번 경험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특별한 계획은 없고 당분간 편하게 쉬고 싶다.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다시 업계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