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늘려도 성에 차지 않는다 하니"…금융公기관, 지방인재 채용 딜레마

정부 지역인재 채용 권장…공기업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어"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금융공공기관들이 요즘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 지역인재 채용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극심한 청년 실업 속에 기대치가 워낙 높다 보니 현지에선 오히려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현지 여론과 구직자들을 달래 보지만, "본사를 내 고장으로 옮겨 왔으면 화끈하게 지역 인재 우대를 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본사를 부산·대구 등 지방으로 이전한 한국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는 최근 잇따라 지방인재 채용확대 방침을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당초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을 서울에서만 진행하기로 했다가 최근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도 필기시험을 치르기로 방침을 바꿨다. 

본사인 부산을 두고 서울에서만 필기 시험을 치르는 것이 정부의 지방인재 채용 확대 권장에 반한다는 부산 지역 여론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오는 31일 필기시험을 실시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은 채용 공고에 부산지역 인재를 우대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비수도권 지역인재와 본점 이전지역 인재를 우대하겠다는 내용을 채용 공고에 포함했다. 

기술보증기금은 필기시험과 1차 면접은 부산 본사에서, 2차 면접은 서울에서 진행했으며, 오는 31일 필시 전형을 치르는 신용보증기금도 대구와 서울에서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한 금융공공기관 부산 본사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지방인재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지방인재 우대 사항이 있고, 채용 목표를 두고 되도록 맞추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공공기관의 부산·대구 등 지방 이전으로 최근 부산과 대구·경남 지역 취업자들 사이에선 지방인재 채용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부산지역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모(23)씨는 "지방 학생들에게도 갈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금융공기업에 취업했다는 플랜카드가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인재를 대폭 늘리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방인재를 뽑긴 뽑아야 하지만 시험을 보면 (서울과 부산의) 수준 차이가 나는게 현실"이라며 "서울에 있는 사람이 월등하게 성적이 좋다면 의무적으로 (지역인재를) 뽑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대학 기준으로만 (지역인재를 구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부산지역) 고등학교 출신도 지역인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구직자들과 지역에서는 지역인재 채용 확대에 대한 금융공공기관들의 적극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의 한 국립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4)씨는 "지역인재를 채용한다고는 하는데, 그 비중이 크지는 않아서 잘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주변을 봐도 들어갔다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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