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주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지기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에 공개한 '2015년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의 배우자는 중국원양자원 주식 3만20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모두 매각했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중국관련 테마주로 뜨거웠던 종목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원양 어업과 연근해 어업을 하는 중국 회사로, 지난해 말 중국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급등세를 나타냈다. 11월 1200원대이던 주가는 한달 만에 1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12월 16일을 기점으로 급속히 하락해 5000원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한창 올랐을 때 매각했다면 막대한 차익을 거뒀을 가능성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의 자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들제약 주식 658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들제약은 김수경 회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문재인 테마주로 묶인 종목이다. 우리들제약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급등락을 반복했고, 최근에도 2017년 차기 대선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또다시 민감하게 움직이는 상태이다.
테마주는 사실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다. 테마주의 사전적 정의는 주식시장에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을 때 사업방향이 비슷한 종목끼리 묶어놓은 것이다. 정책테마주처럼 실적을 근거로 한 테마주는 선택에 따라 훌륭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교보증권 김영준 리서치센터장은 "기술 방향에 연관된 테마의 경우에는 기회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가량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반사이익 기대감이 부각된 전기차 테마주는 단순한 뉴스를 넘어 실적을 근거로한 실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눈에 보이는 주가가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테마주에 쉽게 빠지게 된다"며 "'카더라'에 의한 투자는 실제로 기대 수익이 형편없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절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정책에 기반한 테마주의 경우에는 전혀 근거 없는 게 아니다"라면서 "재료가 객관적으로 수긍이 갈 만큼 합리적이고 테마 가운데 주도적인 종목을 위주로 투자한다면 나쁘지 않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른바 '찌라시'를 제작·양산하고 이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연성이 없는 주식들이 테마군으로 묶여 움직이기도 하고, 주가조작세력에 의해 황당한 테마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반기문 테마주'로 불리는 씨씨에스의 회장이 증권사 임원과 손잡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씨씨에스는 본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반기문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유홍무 회장 일당은 올해 3월까지 씨씨에스 주식에 1300여 차례 시세 조종 주문을 내며 주가를 조작해 32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유 회장 등은 시세조종꾼을 끌어들여 씨씨에스 주가를 인위 부양했고,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오르자 자신이 보유하던 차명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직 증권사 임원 신 씨가 유 회장 측근으로부터 1억원을 받고 자신이 관리하던 기관투자자인 자산운용사 펀드자금을 이용해 블록딜을 성사시켰다. 피해를 본 건 기관투자자의 공신력을 믿었던 '개미투자자'들이었다.
이처럼 테마주를 둘러싼 주가의 이상급등이나 과열 거래양상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 사용 확대 등 투자환경이 바뀌면서 불공정거래 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엄격한 불공정거래 규제제도를 마련해 운영해 왔지만 실효성은 낮은 편이었다.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상 엄격한 입증책임 어려움에 때문에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았던 것.
정부는 지난 7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를 도입했다. 불공정거래 행위보다는 위법성은 약하지만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신종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불공정거래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거래소 심리,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기소과정을 거치는 일반 불공정거래와는 달리 거래소 심리를 통해 적발되면 바로 금융위(금감원)에 통보돼 과징금이 부과되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운영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정윤모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만 있었고, 엄격한 입증책임이 부담이 돼 형사처벌 비율이 높지 않았다"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가 취약한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질서 교란행위 제도 도입을 통해 금융당국의 제재가 추가되면서 제도상으로는 취약점이 많이 보완이 됐지만 얼만큼 작동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시제도가 보완돼야 하고, 금융당국이나 검찰의 수사 역량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