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가 내년 초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신탁업 인가가 없는 금융기관은 ISA 개설이 불가능 해 추후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ISA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신탁업 인가가 있는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에만 ISA 개설을 허용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신탁업 인가를 신청하기 위해선 금전신탁 기준 최소 자본금이 130억원(종합신탁은 250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탁업 인가를 받은 곳은 은행 20개사, 증권사 20개사, 보험회사 6개사 등이다.
대형 금융회사 대부분이 신탁업 인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 혜택이 큰 서울, 수도권 등 주요 도시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에겐 큰 불편함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으로 가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골이나 낙후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촘촘한 지점망을 갖추고 있는 우체국이나 새마을금고 등은 신탁업 인가가 없기 때문에 지방 거주자들은 기존 거래처에서 ISA 개설을 하지 못하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다른 금융회사를 찾아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국과는 달리 왜 우리만 ISA를 굳이 신탁계좌로 만들어야 하는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국의 이같은 처사는 투자자의 금융 상품 선택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지방 거주자들은 주요 도시 거주자들에 비해 금융 서비스 혜택에서 소외돼 있는데 ISA 개설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를 받는다면 그들이 느낄 박탈감은 더 클 것"이라며 "되도록이면 더 많은 금융기관을 ISA 개설 사업자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ISA는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다뤄야 하는 만큼 고객 자산을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운용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신탁업 인가 업체 수준의 인적·물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ISA 사업자 제한이 금융기관 간의 공정한 경쟁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8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증권회사는 펀드온라인코리아를 포함해 57개사다. 이 중 중소형 증권사 상당수는 신탁업 인가가 없어 대형 증권사들의 ISA 개설을 지켜만 봐야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자본금 30~40억원 수준에서 ISA 취급을 위한 별도의 신탁업 인가를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ISA 개설이 불가할 경우 기존 고객들이 다른 금융회사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며 "이는 곧 중소형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ISA용 신탁업 인가를 30억원 수준으로 낮춰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 천창민 연구위원은 "업권간 공정한 경쟁과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금융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낮은 수준의 자기자본을 요구하는 ISA용 신탁업 인가단위 추가 신설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석이나 언론을 통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불만사항들을 직·간접적으로 듣고 있다"며 "내년 3~4월 정도 ISA가 도입될 예정인 만큼 금융당국도 시간을 두고 업계와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도 제도의 성공을 위해 되도록 많은 기관들이 ISA를 취급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