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연극 한류'의 불씨가 확산되고 있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한인이민5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극단의 연극공연이 현지 매체의 찬사를 받는 등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아르헨티나 중남미한국문화원(원장 이종률)은 14일 한국 극단 하땅세의 작품 '파우스트 Ⅰ+Ⅱ'(번안:윤조병 연출:윤시중)가 펼친 아르헨티나 투어 공연이 관객들에게 감동의 물결을 선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코르도바 지역 ‘메르코수르 국제연극제’의 공식 초청으로 참여했다. 첫날인 5일 ‘음악 광장(Plaza de la Musica)’을 찾은 현지 관객들은 보기 힘든 한국 연극을 통해 명품 K-연극의 위상과 진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2000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메르코수르 국제연극제’는 라틴아메리카 유명 공연예술페스티벌 중 하나로 올해는 한국외에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총 11개국이 참여하였다. 극단 하땅세는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관객과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독차지했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본다'는 뜻의 하땅세(Haddangse) 극단은 2008년 창된이후 개성있는 작품들을 연달아 발표하여 국내외 유수의 연극제에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을 휩쓰는 등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염용균(파우스트)을 비롯, 문숙경(메피스토텔레스) 이수현(헬레나) 임세운(황제) 방석현(오이포리온) 김가연(시녀) 이은지(시녀) 등이 출연했다.
극단 하땅세는 8일과 9일엔 부에노스 아이레스 산 마르틴 국립대학교 실험예술센터(UNSAM) 공연에서 전석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한편, 아르헨티나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연이은 후속 초청 제안을 받았다.
메르코수르 국제연극제의 라울 산시카 총감독은 "코르도바 관객들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멀리에 있는 한국 출신의 극단이 참여했다는 것에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고 밝히며, "전설과도 같은 서양의 문학 작품을 한국 극단이 강렬한 색감과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통해 아름답게 재창조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UNSAM 무대예술 감독 마리나 팜핀도 "한국 극단의 흡입력은 배우들의 폭발적인 몰입과 텍스트를 초월한 강렬한 이미지 연출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관객들은 "연기력뿐 아니라 물, 불을 활용한 무대 미술 등 디테일에도 강한 K-연극"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듯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얘기를 주고받는 등 감동을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한인사회도 감격스러워 했다.
코르도바 한인회 박병근 총무는 "이민 50주년을 맞아 한국의 명품연극을 아르헨티나에서 보게 돼 더욱 기뻤다. 현지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코르도바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다시 와서 관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K-팝이나 K-드라마의 경우 이미 코르도바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지방 전체에 많이 알려졌지만, K-연극은 올해부터 본격 소개되어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 앞으로도 한국의 우수 연극들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코르도바 지역 방송 매체 ‘엘도세(El doce)’는 ‘한국 극단이 해석한 파우스트’ 제하 이종률 문화원장 및 축제 예술감독과의 리뷰를 일찌감치 보도하는 등 아르헨티나 주요 언론도 대서특필이었다. 중남미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온라인 매체까지 포함하여 일주일 동안 60회 이상 언론에 노출되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스팅뉴스(Blastingnews)'는 '한국 극단이 풀어낸 독일 고전 문학' 제하 기사에서 "현대적이고 선구자적인 실험극으로 아름다운 시각적 연출은 관객들을 무아지경으로 끌고 간다며, “특히 한국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에는 국경과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일간지 '암비토 피난시에로(Ambito Financiero)'눈 ‘한국 극단 하땅세, 한국의 시선으로 해석한 파우스트'라는 기사에서 극단 하땅세의 연극관 및 작품에 반영된 한국적인 문화 요소를 집중 보도했다.
또한 일간 '엘 티엠포 아르헨티노(El Tiempo Argentino)'는 '움직임 속의 언어' 제하 기사를 통해 "현지 사정으로 무대 장비를 최소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에 강한 한국 연극의 장점을 통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며 "한국의 대학로라는 지역에는 200개 이상의 상설 극장이 있으며, 대부분의 연극은 사회 정치적인 메시지를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상세히 소개했다.
윤시중 연출가는 "첫 남미 방문에 <파우스트 Ⅰ+Ⅱ>의 해외 공연도 처음이라 다른 때보다 더욱 설레는 마음이 컸다. 한편으로는 언어적 한계 때문에 공연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을것으로 우려했는데 관객들이 우리 극단이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큰 비중을 두고 해석한 <파우스트 Ⅰ+Ⅱ>를 완전히 몰입하며 관람한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주아르헨티나 중남미한국문화원은 지난 2009년 극단 초인의 ‘특급 호텔(Hotel Splendiad)’ 작품을 부에노스 아이레스 국제축제(FIBA) 무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K-연극을 중남미에 본격적으로 알려 왔다.
지난 8월 체험예술공간 '꽃밭'의 미디어 아동극 '종이창문'과 극단 로.기.나래의 인형극 '선녀와 나무꾼'을 포르모사와 코르도바, 부에노스 아이레스 등 주요 지방의 다양한 문화공간에 선보이며 현지 관객들에게 K-연극의 우수성을 적극 소개해왔다.
이종률 문화원장은 "코르도바에서의 1회 공연과 부에노스 아이레스 2회 공연 모두 현지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문화수준이 높다고 소문난 아르헨티나 관객들이 해외 공연에 이렇게 열광적인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인데, K-연극만이 지닌 강력한 창의성과 섬세한 연출력에 관객들이 크게 열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종률 원장은 "특히 이번 공연은 최고 권위 일간지 '라 나시온(La Nacion)'에 연속 2회 보도 되는 등 총 6개의 방송 및 인쇄 매체에 대서특필되고 후속 초청작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있어, 향후 아르헨티나 내 K-연극 붐이 더욱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