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폭주하는 은행 가계대출…올 증가액 70조 달할 듯

올 1~9월 증가액 54.9조원…매달 6.1조씩 증가한 셈

은행 가계대출의 폭주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도 6조원 이상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의 증가액은 7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1월~9월까지 늘어난 은행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54조9000억원에 달한다. 매달 평균 약 6조1000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10~12월에도 같은 속도의 증가세가 이어지면 연중 증가액은 7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연중 증가액(37조3000억원)의 두배를 찍게 되는 것이다. 

올해 가계대출이 폭증한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단행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월세 상승의 여파로 주택매매량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불을 지핀 점도 작용했다. 

물론 전체 가계부채의 70% 가량은 소득 상위 40%(4~5분위)에 쏠려 있고, 연체율도 0.5% 미만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안정적 수준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가 대외 변수와 맞물릴 경우 언제든지 한국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단행되면 가계빚의 질이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가계대출 곳곳에서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등 상환능력이 취약한 계층의 가계빚 증가 속도가 다른 계층에 비해 가파르고, 자영업자와 고령층의 가계부채도 늘어나면서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은의 한 금통위원도 최근 금통위 정기회의에서 "저소득층과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의 가계부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와 고령층 등 잠재적 취약계층에 대한 미시적 분석을 더욱 심층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등이 조사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전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14.36%로 전체 평균인 3.04%의 5배에 이를 정도로 가파를 뿐만 아니라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금리가 오르게 되면 취약 계층의 이자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1분기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1040조4000억원) 자료를 받아 변동금리 대출(65.8%)의 이자비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이자부담은 연간 1조7000억원, 0.5%p 오르면 3조 4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빚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도 내년부터 고정금리, 분할상환 전환 등을 위주로 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부채의 질을 관리하고 나섰다. 은행권에서도 4분기부터는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는 등 부채 관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에 내제됐던 가장 큰 문제점은 거치식 대출이 일반화하면서 상환능력이 고려되지 않은 '투기적 대출'이 사실상 용인됐다는 것"이라며 "은행들도 독자적인 신용평가 및 위험관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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