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통신사와 제조사 간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때 통신사들은 휴대폰 디자인에서부터 제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통신사 중심 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애플이 2009년 국내에 아이폰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애플은 국내 통신사에 아이폰 등 자사 제품에 대한 마케팅 가이드라인 준수를 요구했다. 통신사 수익 중 하나인 데이터 요금의 일부를 배분해 달라고 요구하며 통신사 사업영역도 침투했다.
삼성전자가 2010년 아이폰 대항마로 '갤럭시S'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제조사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아이폰에 이어 갤럭시S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통신사의 시장 주도권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시장 리더십이 제조사로 완전히 넘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제조사 중심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된 것은 SK텔레콤이 지난달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를 단독 출시하면서부터다.
루나는 사실상 SK텔레콤이 만든 스마트폰이다. 루나는 국내업체 TG앤컴퍼니가 SK텔레콤의 의뢰를 받아 설계와 디자인을 맡고, 아이폰 생산업체로 잘 알려진 중국 홍하이 그룹의 자회사 폭스콘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만들었다.
루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의 뒤를 바짝 쫓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하루 평균 2500대씩 팔려나갔다. 이 때문에 통신사가 스마트폰 등장 이후 약화된 시장 리더십 회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루나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지만 44만9900원에 출시된 데다 아이폰 디자인과 비슷하면서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익숙한 고객의 휴대폰 교체를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루나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모으자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되찾은 리더십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입지가 좁은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가격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LG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10'을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 가격 사상 최저인 79만9700원에 출시하기도 했다.
통신사와 제조사 간 시장 주도권 다툼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루나를 통해 시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단독폰 출시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포화에 달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규모 교체 수요를 일으키기 위해 내년 하반기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