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국민 재테크라던 ELS, 이제는 애물단지?

ELS 발행 규모, 약 2년만에 월간 기준 3조원대 '뚝'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어 온 주가연계증권(ELS) 발행량이 급감했다. 초저금리 시대 ELS를 자산관리의 새로운 통로로 여겨온 투자자들의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ELS 발행 규모는 17조61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3% 줄었다. 

특히 9월 한 달간 ELS는 3조6080억원어치 발행돼 지난 2013년 11월의 3조1750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월간 발행금액이 3조원대로 축소됐다. 

그동안 ELS 기초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던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중국발 쇼크에 곤두박질치며 전체 ELS 발행 물량도 급감했다. 

H지수는 지난 5월26일 1만4962.74로 52주 최고점을 찍은 뒤 9월4일 9058.54까지 추락했다. 가장 최근 거래일인 지난 5일 1만0406.79를 기록하며 다시 1만선대를 회복했지만 고점과 비교하면 30.45%나 떨어진 상태다. 

ELS는 보통 지수나 종목 2~3개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2~3년 만기를 정한 뒤 6개월마다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약속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채권 성격의 상품이다. 6개월마다 조기상환일이 돌아오기 때문에 단기 자금이 몰린다. 

그런데 최근 H지수가 고점 대비 30% 가량 폭락하자 조기상환이 어렵게 됐다. 이는 곧 ELS를 향한 투자 심리 위축과 ELS 발행 물량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 7월 6조9000억원 규모였던 ELS 조기상환금액은 8월 3조8000억원, 9월 1조3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예탁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시장의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기초자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H지수가 급락했다"며 "조기상환이 감소하고, 손실가능성이 확대됨에 따라 ELS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H지수 급락으로 촉발된 시장의 충격이 ELS 상품에 대한 신뢰 문제로 연결되는 분위기"라며 "H지수를 대체할 기초자산을 제대로 발굴하느냐에 따라 ELS 시장의 회복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ELS 과열 현상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27일 '파생결합증권 발행현황과 대응방안'을 통해 특정지수 상품에 대한 쏠림현상을 지적했다. 

당시 금감원은 "글로벌 증시불안 등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가운데 특정지수에 대한 쏠림현상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H지수를 기초로 하는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6월말 36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행잔액의 38.5%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위험관리에 나섰다. H지수를 활용한 ELS 발행 규모는 7월 5조2046억원 수준에서 지난달 2조922억원으로 감소했다. 

금감원 박봉호 복합금융감독국 팀장은 "8월말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컸고 그 중에서도 H지수의 낙폭이 상당했기 때문에 특정지수에 편중 돼 상품을 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며 "이후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업계가 H지수 쏠림현상 해소를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 구체적인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H지수 사용을 강제적으로 막지는 않았지만, 지수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상품 제작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증권사들도 금융당국의 목소리에 충분히 공감했고 당시 H지수 9000선 붕괴 위험까지 있었기 때문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자는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변동성 시대다. 증권사들은 ELS 시장에 경고등이 들어오자 수익률보다 안정성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상품구조를 바꾸고 있다. 

우선 H지수 대신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지수, 영국의 FTSE100지수, 독일의 DAX3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ELS를 선보이고 있다. 

또 그동안 7∼8%대 수준이던 연간 목표 수익률을 다소 낮추고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을 없앤 노녹인(No Knock-In)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령 최근 현대증권이 발행한 노녹인 상품은 코스피200지수, S&P500지수, 유로스탁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면서 최고 연 6.4%의 수익을 추구한다. 기존 녹인 상품들이 7~9%대 수익률을 추구했던 것에 비하면 수익률은 낮지만 투자자들은 만기 이전 지수 급락에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NH투자증권 김영정 WM파생상품부 부장은 "최근 H지수 급락으로 ELS 조기상환이 어려워지다 보니 시장이 많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연 7~9% 수준의 고수익 상품보다는 안정형 상품 제작에 대한 관심도가 확실히 높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불안하지만 H지수를 다시 ELS 기초자산에 편입해야 한다는 시장 요구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영만 반포지점 부장은 "H지수 조정폭이 컸고 언론을 통해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된 만큼 해당지수 관련 상품에 대한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단 ELS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저금리시대에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봤을 때 H지수 관련 ELS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크게 줄지 않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H지수를 뺀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실제 투자자들로부터 얼마나 큰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업계의 노력과는 별개로 고객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지수가 포함된 상품에는 잘 들어가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과 같이 H지수가 많이 떨어졌을 때를 오히려 기회로 봐야 한다면서 더 많은 H지수 관련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며 "H지수가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최근 대형 증권사들을 주축으로 다시 H지수를 ELS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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