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소송전으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소송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이 일본 L투자회사들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의를 얻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며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소송전에 대한 향후 계획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언론사 법조 기자들을 기자회견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동생이 멋대로 L투자회사 사장에 취임한 것이냐고 화를 내셨다"며 "일본에서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주총 패배 후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서도 "일본 사업 현장을 (내가)오래 봐왔기 때문에 내가 키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계속하겠다"며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 전 부회장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쟁점은 ▲신동빈 회장이 정당하게 L투자회사를 장악했는 지 여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필 서명이 담겨있는 임명장의 법적 효력여부 등이다.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를 장악하는 데 있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의를 얻었는 지 여부는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L투자회사들은 한국 롯데그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최다 보유해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그동안 L투자회사 9곳(L1·2·3·7·8·9·10·11·12)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최대 주주로 이끌어왔으며 나머지 3곳(L4·5·6)의 대표이사에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맡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롯데가에 휘몰아친 제 1차 형제의 난 당시 신동빈 회장은 L투자 회사 12곳 모두를 장악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7월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된 것으로 시작으로 31일 L투자회사 9곳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만약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않고 임의로 대표이사직에 올랐다면 향후 법적 공방 과정에서 논란이 될 공산이 크다.
다른 쟁점은 지난 7월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자필 서명이 담겨있는 임명장과 이사 6명을 해임한다는 해임서가 법적 효력이 있는 지 여부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7월 신 전 부회장에게 '신 전 부회장을 집행이사 사장에 임명하고 롯데그룹 경영의 전반과 재무관리 담당을 맡긴다'는 내용이 담긴 임명장을 건냈다.
문서 작성 날짜는 지난 7월15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이틀만이다.
또 다른 한 장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무 등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직위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법에 따라 유추할 경우 기관의 대표이사 등은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선출되거나 해임해야 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총수 또는 특정인이 대표이사나 이사 등을 해임하도록 지시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임명장과 해임장의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롯데그룹의 특별한 상황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 그룹의 1인자로서 임명 또는 해임을 이사회를 열고 해오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L투자회사 및 롯데홀딩스 등기취소 소송 등으로 반격해 올 경우 사실상 한일 롯데의 '원 리더'로 올라선 신 회장에게는 타격일 수밖에 없다"며 "소송전이 바로 경영권 분쟁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안정화를 찾아가던 한일 롯데에는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