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전 삼성 측을 찾아가 핵심 인사들과 면담을 가졌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 SK와 SK C&C 간 합병 관련해서도 관계자들과의 면담 사실은 있었으나, 삼성 때와 달리 합병 당사자인 두 회사가 공단 측을 찾아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5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실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과 관련 팀장 등이 삼성그룹 주요 임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면담은 지난 7월10일 양사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사흘 전 오후 4시께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에서 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단 측에서는 홍 본부장과 주식운용실장, 리서치팀장, 책임투자팀장 등 4명, 삼성에서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 김종중 사장 등 3명이 면담에 참석했다.
당시 면담은 합병대상 양사(삼성물산·제일모직)의 주요주주로서 합병 시너지와 그룹차원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질의와 확인이 이뤄졌다.
하지만 합병 당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아닌, 경영권 승계의 핵심에 선 이 부회장과 그룹 전반의 전략을 책임지는 미래전략실 고위관계자들과 만났다는 점 때문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공단이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임원들을 만났다는 사실은 공단 스스로 합병의 실질적인 목적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날의 부적절한 만남은 국민으로 하여금 공단이 사전에 삼성그룹과 합병에 관해 조율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시기상 맞물렸던 SK와 SK C&C 합병과 관련해서는 공단 측에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SK그룹은 5월 중순 두 회사의 합병을 발표한 뒤부터 공단과 두 회사 실무자 간 몇 차례 면담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측에 확인한 결과 6월초에 있었던 면담에는 SK 조대식, SK C&C 박정호 등 각사 대표가 공단을 직접 찾아 합병 시너지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기 전 당사자들과 만나는 건 공단 규정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될 당시 공단 측에서 삼성을 직접 찾아간 사실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처럼 공단 측이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얼마나 되는 지는 파악이 안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