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잠시 훈풍이 불었던 국내 증시에 '불확실성 후폭풍'이 몰아치려 하고 있다.
지난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1995.95) 대비 31.27포인트(1.57%) 내린 1964.68로 마감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발표(현지시간 17일)를 전후로 4거래일(15~18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던 코스피는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5거래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9월 금리 인상이 무산된 데 따른 단기적 증시 안정 효과보다 이후 닥칠 불확실성 장세가 더 염려되는 상황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연준은 9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완만한 회복세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글로벌 경기가 흔들렸고, 연준이 믿었던 미국 경기지표도 다소 엇갈리는 성적표를 내놓자 결국 '9월 금리 인상'은 미뤄졌다.
금리 인상은 주식 시장에 악재로 통한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은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은행 예금 등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9월 금리 동결 결정은 만큼 주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해야 맞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기가 이미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금리 동결의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목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마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방향을 잃은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이 장기화될수록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4일 -2.47% 이후 일일 최대 하락률을 보이며 1960선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최근 3거래일 동안 약 521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이 1982억원을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웠다.
최근 증시 반등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현대차(-3.93%), 기아차(-1.19%) 등 자동차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확실한 입장을 시장에 전달하기 전까지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 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B투자증권 김한진 연구원은 "연준은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시장에 들켰고, FOMC 이후 글로벌증시는 한마디로 혼돈과 무질서 상태"라며 "통화정책 자체의 불확실성, 저금리 고유동성 환경유지 가능성, 세계경기 둔화 우려, 신흥국 환율불안 등 4가지 요인이 뒤섞이며 당분간 세계증시는 더욱 파행적으로 흐르고 약세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9월 FOMC 회의 결과는 금리 동결에 대한 안도감보다는 경기 둔화라는 위험만 증폭시켰다"며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연준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는 부작용도 촉발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막고 있는 중국이 당분간 글로벌 증시 흐름도 좌우할 전망이다.
BNK투자증권 김경욱 연구원은 "오는 23일 발표되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국내 증시의 변곡점"이라며 "그간 가파르게 반등한 지수에 대한 부담과 해외시장 약세로 인해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중국 제조업 PMI가 전월 대비 개선된다면 국내 증시를 향한 투자 심리도 재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9월 제조업 PMI가 전월 47.3% 대비 소폭 개선세(47.6%)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며 "만약 PMI가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투자 심리를 돌려놓을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불안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장세가 고개를 든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때다. 전문가들은 대형주보다는 앞서 주가 하락이 컸던 중소형 고성장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미국 금리 동결로 주식 시장은 오는 12월 FOMC까지 시간을 벌었다"며 "그동안 낙폭이 과도했던 헬스케어, 화장품 등 중국 소비관련 고성장주와 코스닥 개별주 중심의 주가 복원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부국증권 김성환 연구원 역시 "제조업 대형주 보다는 실적 개선이 동반되고 있는 음식료, 유통주와 이격 조정을 거친 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반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