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지하철 7호선 연장 건설을 수주하기 위해 입찰담합을 벌인 대형 건설사들에게 270억여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건설공사 입찰담합과 관련해 국내 최초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사건 등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10일 서울시가 "건설사들이 서로 짜고 공사입찰에 참여해 손실을 입었다"며 건설사 12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개의 공구를 각 주관한 대림산업·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은 연대해 270억2800여만원을 서울시에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또 들러리 업체로 입찰에 관여한 코오롱건설에는 270억여원 중 2억원의 책임만 인정하고 나머지 건설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들러리 업체와 함께 입찰금액을 사전에 담합한 행위는 해당 공구의 낙찰자 및 낙찰가를 정한 것이나 다름 없는 행위로서 입찰시장의 경쟁을 직접적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효율적인 낙찰자를 선택하지 못했거나 과도한 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나머지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입찰에 참가했다는 사실 만으로는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이 공구분할 및 들러리 입찰행위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 6곳이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건설공사(서울 온수동~인천 청천동 구간) 6개 공구에서 각 공구별로 1개사씩만 입찰에 참여키로 하는 등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221억여원의 과징금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했다.
이후 검찰은 들러리 입찰로 담합 행위에 가담한 6개 건설사를 추가로 적발했고, 서울시는 이들 업체를 포함시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를 대리해 이 사건을 수행한 정부법무공단은 "이 사건은 건설공사 입찰담합과 관련해 국내 최초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안"이라며 "공사 입찰담합은 국민 혈세 누수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 소송 결과로 담합이 근절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