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합병이 예정됐던 하나머스트스팩3호와 판도라TV가 돌연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까지 통과한 뒤 금융감독원 감리를 계기로 합병을 철회했다는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을 통해 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합병 대상 기업 옥석 가리기에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린 스팩은 33개사, 상장 예정인 곳도 6개사에 이른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한 '2기스팩'은 28개사 가운데 현재 14개사가 상장을 마쳤고, 9곳이 합병한 뒤 상장을 준비 중이다.
스팩 합병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기업공개(IPO)하는 것보다 요건이 상대적으로 간소하고, 미리 공모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우회 상장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팩이 늘어나면서 합병할만한 기업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2009년 도입 이후 2011년까지 상장한 '1기스팩' 19개사 가운데 합병 상장에 성공한 곳은 10개사, 나머지 9개사는 상장 폐지됐다.
올해에도 ▲대우스팩2호와 선바이오 ▲LIG스팩2호와 엔지스테크널러지 ▲NH스팩3호와 글로벌텍스프리 ▲하나머스트3호스팩과 판도라TV 등이 스팩합병을 공시했다가 철회했다.
특히 판도라TV의 경우, 스팩합병의 적절성을 거르는 과정인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회계처리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금감원의 감리를 받게 되면서 합병을 철회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판도라TV가 지난 2013년 1월1일 자회사인 케이엠피미디어를 무증자 방식으로 합병할 당시 회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장부가액과 순자산 공정 가치와의 차액 77억3000만원을 영업권으로 처리한 부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감리를 진행 중이다.
하나머스트3호스팩은 감리 결과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에 따라 상장 예비심사 승인 철회, 경우에 따라서는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판도라TV 관계자는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그런 부분은 아니었다"면서 "기준이 다소 모호해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회계 기준에서는 자산을 취득 원가 기준으로 인식하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은 이를 재평가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
재량권이 많은 만큼 장부상 자산 가치 이외의 가치인 영업권 가치를 평가해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준과 관점에 따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업권이 과도하게 많은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실제 자산가치 이상으로 비싸게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
합병을 추진했던 하나머스트3호스팩 관계자는 "자회사 합병 과정에서 영업권 회계처리가 IFRS상에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 검토를 받다가 감리가 결정된 것"이라며 "감리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고, 결과에 따라 코스닥 규정상 합병 예비심사 승인 요건이 취소될 수 있다는 부분 있어 철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예심 전 실사할 때 봤던 부분"이라며 "정확한 규정을 찾지 못했고, 분식이나 회계상의 문제까지는 없다고 보고 회계처리 방식은 회사에서 선택하는 것이라는 판단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기업의 성장성, 재무구조, 회계처리 등을 고려해 상장 적격성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예비심사에서 승인을 받은 스팩과 기업은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 등을 거친 뒤 최종 승인을 받아 상장하게된다.
통상 문제 있는 기업의 스팩 합병이 무산되는 경우는, 예비심사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승인이 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내부적으로 철회하는 등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걸러지는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 하나머스트3호스팩과 판도라TV 합병은 스팩의 실사와 상장예심을 통과했지만, 금감원이 회계처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합병을 눈앞에 두고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합병을 담당했던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예비심사) 회계는 지정감사인 제도나 회계법인의 감사 보고서를 토대로 심사한다"며 "회계처리가 맞았는지 감사보고서 숫자가 틀렸는지 전부 일일이 다시 보는 건 아니고 심사 차원에서 상장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사 영역 안에서 봤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심사가 미승인 나는 경우나 통과안될 것 같으니 자진 철회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장예심을 통과하고 이렇게 취소된 건 처음"이라며 "사례별로 다를 수는 있겠지만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기재된대로 감리가 진행 중이라며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따라 결론 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