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4시 30분께,일본 도쿄(東京) 국회의사당에서는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법안을 포함한 안보관련법안이 참의원 특위에서 날치기 통과됐다.
16일 저녁부터 여야간의 밤샘 대치 속에 교착상태가 계속돼 왔으나, 참의원 특별위원회 위원회실에서 울려 퍼진 "다 통과!"라는 외침 한 마디는 허를 찔렀다.
여당의 '날치기 통과'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안보법안 강행처리의 역사적인 순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안보법안 참의원 특위 날치기 순간을 일본 유력 일간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17일 오전 9시께 참의원 특별위원회 위원회실에서 개회를 알리는 램프가 점등됐다. 회의가 열리기로 한 이사회실이 아닌 위원회실에서 열렸다. 야당이 이사회실 앞에서 개회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오전 9시 45분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특별위 위원장이 "지금부터 위원회를 재개합니다"라고 선언했다. 여당 의원은 박수를 보냈지만 야당 의원이 제출한 고노이케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동의안으로 위원회는 휴식에 들어갔다. 위원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시간이라도 지연시켜보려는 야당의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그 시각 일본 시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안보법안 성립 저지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 12시 30분 무렵 나고야(名古屋)에서는 빗줄기에 우산을 받쳐든 시민들이 "전쟁 법안 날치기 하지마라!"등을 외쳤다. 오후 1시 15분 센다이(仙台)시 중심가에서는 전직 판사의 모리야 가츠히코(守屋克彦,80)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다수결의 힘을 앞세운 오늘의 정치 방식은 결코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며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전직 판사 75명은 앞서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오후 4시 28분 고노이케 위원장의 불신임 동의는 부결됐고, 고노이케 위원장은 다시 위원장석에 앉았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기시다 후미오 (岸田文雄) 외상, 나카다니 겐(中谷元) 방위상이 위원회실로 들어갔다.
오후 4시 29분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에 몰려들고, 그것을 막기 위한 여당 의원들과의 몸 싸움이 시작됐다. 오후 4시 30분 위원회실이 어수선한 가운데 고노이케 위원장이 법안의 낭독을 시작했다.
전날 저녁부터 교착상태에 있던 위원회가 순식간에 안보법안의 표결 무대로 전환됐다.
"뭐 하는 거야!", "폭력 반대"를 외치며 여당의원들이 고노이케 위원장을 둘러싸며 울타리를 쳤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이 막아선 울타리를 타고 올랐다.
아베 총리는 여야 의원들의 싸움이 시작되면서 표결 결과를 보지 않고 잰걸음으로 퇴실했다.
약 5분 간 계속된 대치 상황 후 갑자기 여당 의원이 "다 통과!"를 외쳤다. 허를 찌르는 순간이었다. 몸싸움과 고함소리가 위원회실을 나도는 가운데 이뤄진 표결이었다.
이렇게 안보법안은 통과됐다.
야당 의원들이 "무효 무효!"라고 외쳤지만 자민당 의원들에 둘러싸인 채 고노이케 위원장은 자리를 떠났다.
"다 통과!"라는 여당 의원의 표결 강행 처리에 천장을 보며 눈물을 글썽인 야당 의원도 있었다.
위원회실을 나온 고노이케 위원장에 "표결했나"라고 묻는 기자단에 "표결했다. 다 통과다"라고 밝혔다.
위원회실을 나온 민주당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의원은 "강행 표결이 이뤄졌다.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끝이다"라고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오후 4시 42분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이 국회 내에서 열린 당 모임에서 "헌법 위반이 명료한 법안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언어 도단의 폭거다"라며 호소했다.
오후 5시 3분 고노이케 위원장은 국회 내에서 기자단에게 "그렇게 표결하는 것은 본의가 아니었지만, 심의는 거의 이뤄졌다.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라 판단했다. 날치기는 아니다. 10당 중 5당이 찬성하고 표결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여당은 차세대당 등 군소 3개 야당의 법안 지지를 유도해 형식상으로 여당 단독 표결을 피한 것이다.
유신당의 국회 의원회에서 마츠노요 리히사(松野頼久) 대표는 "갑자기 안보법안 표결이 이뤄졌다.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고 허탈해했다.
자민당 소속 다테추 우이치(伊達忠一) 참의원 간사장은 "역사의 한 페이지다. 아직 본 회의 통과가 남아 있으니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훌륭하게 성립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후 6시 50분 국회 앞에서는 학생 단체 SEALDs(쉴즈)가 "헌법 못 읽는 총리는 필요 없어!"라는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시민들이 속속 동참했다.
이후 연립여당은 법안을 참의원 본회의에 긴급 상정했다. 오후 8시 10분 참의원 본회의가 개회됐다. 야당은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雅治) 운영위원장의 해임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각종 인사 관련 안건 제출을 통해 표결을 지연시키며 저항을 이어갔다.
민주, 우신, 공산, 사민, 생활당 등 주요 5 야당은 오후 8시 30분 경 중의원에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공동 제출키로 결정했다. 오후 9시5분 민주당이 나카타니(中谷) 방위상의 문책 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오후 9시 25분 나카가와 위원장의 해임 결의안이 참의원 본회의에서 반대 다수로 부결됐다.
이렇게 안보법안은 17일 참의원 특별위원회를 통과해 18일 참의원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야당의 처절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연립여당이 참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표결시 법안 통과는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