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 추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외 악재 속에서도 호조세를 보이던 경기지표마저 예상치를 하회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 15일 연준은 8월 산업생산이 전월(0.9%)보다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예상치인 -0.2%를 밑돈 것으로 지난해 1월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미국의 산업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석 달 만이다. 지난 5월까지 5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를 기록하다 6월과 7월 모두 증가했다.
연준은 자동차업종 생산 감소가 전체 산업동향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8월 자동차부품 생산은 6.4% 감소했다. 2011년 4월 이래 낙폭이 가장 크다.
소매판매 지표도 부진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2개월 연속 증가세는 이어갔지만 전문가 예상치인 0.3%에는 미치지 못했다.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각종 지표를 통해 경기 회복을 확인한 미국은 지난 2008년 12월 0~0.25%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약 7년 만에 긴축재정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시기다. 9월과 12월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연준을 비롯한 금융업계는 9월 인상에 무게를 뒀다. 연초부터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온 만큼 시장도 9월이면 변화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연준이 가장 믿었던 미국 경기지표까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놓자 '9월 금리 인상'에 대한 명분이 힘을 잃었다.
이로 인해 금리인상에 찬성하는 '매파'보다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비둘기파'의 날갯짓이 더 힘을 받는 모습이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아직은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할 때가 아니다"며 "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28%로 전망하고 있는데 만약 이번 주에 금리를 인상한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통화정책은 주요 충격들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지난 20년간 연준은 시장의 전망치가 70% 이하였을 때 통화정책을 변경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세갈브라이언트 앤 해밀의 랄프 세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연준은 9월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 역시 "중국 등 신흥국 경제둔화, 달러화 강세, 낮은 인플레이션율 등에 따라 금리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9월 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28%로 예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금리 인상 연기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경제전문 언론 CNBC가 미국 상장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을 2016년으로 내다봤다. 반면 9월로 전망한 CFO는 22% 밖에 안 됐다.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서는 CFO 중 47%가 금리 인상 시점을 9월로 예측했다.
미국 증권가도 이달 금리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선물 전문 조사기관 페드워치(FedWatch)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25%로 전월 40%보다 크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