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타격머신' 김현수(26)가 닮고 싶어하는 이는 '빅보이' 이대호(32·소프트뱅크)였다.
김현수는 9일 두산 시무식 후 취재진과 만나 롤모델에 대한 질문에 주저없이 이대호를 꼽았다.
김현수가 이대호의 타격에 반한 것은 지난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소집 훈련 때였다.
김현수는 "대표팀에는 정말 좋은 타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대호형은 타격폼이 정말 부드럽다. 어떻게 쳐야 공이 뜨는지, 멀리 나가는지를 알고 있다. 스핀을 걸어서 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김현수는 이대호가 건넨 한 마디를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해 WBC 때 맞혀서 안타를 치고 돌아왔더니 대호형이 불러 '그런 식으로 안타를 1개 늘리느니 차라리 삼진을 먹어라'고 했다. 그래야 다음 타석에 칠 공이 하나 들어온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많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미 정상급 타자로 분류되는 김현수이지만 좀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김현수는 지난 수년 간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왔다. 조금 더 나아지려는 그의 변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현수는 스스로에 대해 "3할에 너무 얽매여왔다"고 자책했다. 맞히는 타격에 의존하다보니 발전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시즌 초 시범경기 전에 황병일 코치님(현 두산 2군 감독)께서 '왜 타석에 나가서는 자신없는 스윙을 하느냐'고 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5월 정도 되니 깨닫게 됐다"며 "다리를 들면서 치니 코치님이 조금 편안하게 치라고 했다. 예전 폼으로 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음 가짐 때문인지 맞는 포인트가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부임한 송일수 감독은 두산의 최대 약점으로 홈런 타자의 부재를 꼽고 있다. 중심 타선에 포진되는 김현수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때 토종 20홈런 타자가 5명이나 있던 팀이 우리다. 펀치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는데 못 보셔서 그런 것 같다"고 웃은 김현수는 "강한 타구를 날리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타임 8년차에 접어든 김현수는 2015년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나도 다가오고 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를 지은 김현수는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뜻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현수는 "아직까지는 해외에 나갈 생각이 조금도 없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이 많다. 조금 더 성적이 좋아진다면 도전해 볼 의사는 있겠지만 아직은 한국에서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부분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