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89)이 9일(현지시간)로 영국을 통치한지 63년 7개월 3일을 기록해 영국 ‘최장 군주’로 등극한다.
엘리자베스 2세는 이날을 기점으로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 기간(1837~1901년)인 63년 7개월 2일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여왕 재임 60주년을 기념하는 2012년 ‘Diamond Jubilee'(다이아몬드 쥬빌리)' 당시 영국 전체가 축제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매우 차분한 분위기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최장 군주' 등극을 축하하는 성대한 기념식을 열지 않고,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영국 왕실의 별장인 발모랄 성에서 조용한 하루를 보내며 저녁에는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만찬을 가질 계획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보답하기 이해 여왕은 이날 스코틀랜드의 증기열차 개통식에 참석해 시승식을 가질 예정이다. 왕실 관계자는 9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여왕이 증기열차를 타고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아름다운 경치와 여왕의 최장통치 기록을 축하해주는 수 많은 군중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날은 여왕에게 '다소 우울한 날'일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또한 여왕은 조상들보다 오래 사는 것이 축하하기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여왕이 영국 군주로 등극한 날인 1952년 2월6일은 동시에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6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케냐를 여행하고 있던 엘리자베스 공주는 아버지의 비보를 접하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그녀는 25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조지6세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갑작스럽게 영국 왕이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치료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킹스스피치'의 주인공이 바로 조지6세,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여왕의 아버지 조지6세 왕은 실제로 말을 더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이 정확히 몇 시부터 영국 국왕으로 등극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선왕 조지6세의 사망 시간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1시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해, 9일 오후 5시 30분으로 엘리자베스 2세는 63년 7개월 3일, 더 정확히 계산하면 2만3226일 16시간 30분 동안 영국을 통치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날 영국 전국에서는 교회 종을 울리고, 런던 템스 강에서는 왕실의 로열 바지선과 크고 작은 소함대가 항해하며 여왕의 최장통치 기념일을 축하할 것이다. 템스 강에 놓인 다리인 타워 브릿지도 열리고, 축포도 발사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