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막내 권창훈(21·수원)의 성장세가 매섭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레바논 시돈의 시돈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3차전에서 장현수(24·광저우 부리)의 선취골과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 권창훈(21·수원)의 쐐기골을 더해 3-0으로 완승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993년 5월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22년 만에 레바논 원정 승리를 기록했다. 역대전적은 8승2무1패이며, 원정경기 전적은 1승2무1패다.
권창훈은 한국이 지난 22년간 이어져오던 레바논 원정경기 무승의 징크스를 시원하게 깨버리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권창훈은 이날 석현준(24·비토리아)의 뒤를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그는 전후좌우 폭넓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레바논 수비진들을 괴롭혔다. 상황에 따라서는 과감한 드리블 돌파에 이은 중거리 슈팅으로 레바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권창훈 덕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정우영(26·빗셀 고베)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원활하게 볼 배급을 해줄 수 있었다.
특히 권창훈은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6분 두 번째 골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구자철에게 침투패스를 연결하며 상대 수비수 왈리드 이스마일의 자책골을 유도해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후반 15분에는 자신이 직접 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권창훈은 페널티 박스 중앙 부근에서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레바논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공격뿐만이 아니라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공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권창훈은 수원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길러낸 유망주다. 2013년 수원의 유스팀인 매탄고를 졸업 후 K리그에 데뷔했다.
입단 첫해에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해가 갈수록 기회를 잡으며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특히 올 시즌에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 권창훈은 26경기에 나서 7골을 터뜨리며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권창훈은 "레바논 원정이 어렵다고 들었지만 이미 경험한 형들이 있었다. 형들이 받쳐주고 자신감있게 하라고 조언한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팀이 잘해서 승리했다"며 공을 돌렸다.
이어 "아직 실수가 많다. 체력적으로 떨어지면서 실수가 나왔는데 힘들어도 실수가 없도록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 스스로도 대표팀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권창훈은 "대표팀에서 경기를 하면 리그와는 다른 느낌이 있다"며 "국제 무대에서 하다보면 배우는 점도 많다. 리그에 가서 보완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감독님이 믿음을 주시고 나도 그에 보답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열심히 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도 "권창훈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다. 아직 21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선수다. 때로 슬럼프가 온다고 해도 앞으로도 잘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어린 재능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권창훈은 슈틸리케 감독이 발굴해낸 최고의 보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섭게 성장하는 권창훈을 바라보는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이 흐뭇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