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리 낮은데 주가도 떨어져…개미들 돈 계좌에만 '꽁꽁'

 경기도 수원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27)씨는 최근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박씨는 "금리가 너무 낮아 예금은 못 하겠고, 주식을 했었는데 주가가 떨어져 손실 봤다"며 "다른 투자할 만한 곳을 찾고는 있는데 마땅한 게 없다"고 토로했다.

통상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자들이 수익을 보기 위해 투자에 나서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호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자로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마저 글로벌 악재와 중국 증시 하락, 미국 금리 인상과 같은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 등으로 증시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한국 시장에서 부동자금은 늘고 거래는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서 증시 단기 부동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규모는 증가 추세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MMF 규모는 7월1일 26조6707억원에서 지난 19일 27조3899억원으로 7192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CMA 잔고 또한 49조4892억원에서 50조9911억원으로 1조5019억원 증가했다.

반면 주식 거래의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7월1일 23조256억원이었던 데 반해 지난 20일 21조4212억원으로 1조6044억원 줄었다.

또 지난 21일 각종 악재에 대북 리스크까지 겹치며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연중 최고 규모인 7380억원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업계 현장에서도 한 목소리로 최근 계좌에 돈을 묶어두는 투자자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는 처지에 증시마저 휘청거려 곤란해하는 투자자도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하나대투증권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윤진 과장은 "투자자 대부분이 계좌에 돈을 넣어놓고 마땅한 곳을 찾고만 있는 상황"이라며 "주식형 펀드나 낙폭 과대 주식, 유가나 금 상품 등 위주로 투자처를 찾아보는 투자자들도 일부 있지만 매수에 나선다기 보다는 투자할 타이밍을 기다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윤여준 부센터장도 "시장이 많이 불투명하다보니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는 경향도 있는 듯 하다"며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달러 자산, 일본·유럽쪽 펀드에 관심 있어 하는 투자자가 일부 있지만 아무래도 당장 들어가는 건 좀 부담스러워 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금리와 표면적인 금리 사이의 괴리가 있어 자금이 오갈 데가 없어졌다고 지적한다.

겉으로는 1%대의 저금리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고, 물가 상승률도 낮은 축에 속해 사실상 투자하기보다는 돈을 묶어두는 게 나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 유럽은 금리가 0%에 가깝고 유로존에 포함하지 않은 나라의 명목금리는 마이너스"라며 "오히려 화폐 형태의 자산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과 동일한 상황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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