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말부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가 시작된다. 인터넷은행 1호를 따내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정보통신(ICT)기업과 증권사 여기에 은행까지 가세하면서 참여 열기가 뜨겁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업의 역동성을 높이고 신사업을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한국형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잡은 계획에 따르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연내에 시범사업자 1~2곳을 선정한 뒤 내년 상반기 본인가 승인이 이뤄진다.
하지만 금융위가 당초 그려놓은 '인터넷은행 완성본'이 탄생하려면, 은산분리를 완화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자본금 요건 충족 시 '가점'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인터넷은행 심사기준으로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 ▲주주구성계획 ▲사업계획 ▲임원의 적격성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 및 물적 설비 등을 제시했다.
이 중 자본금을 많이 쌓는 회사일 수록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은행법 상 최소 자본금인 1000억원에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을 추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는 인터넷은행에서도 일시에 고객들의 자금인출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는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지속가능성, 수익모델의 타당성 및 실현 가능성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심사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ICT 기업이나 포털사업자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데 제한은 없다
다만, 은행이 최대주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데에는 당국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 상 은행이나 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 신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심사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금융지주회사 산하 자회사가 손자회사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지배’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서 지분 보유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도전장 내미는 '증권사-ICT' 연합군
현재로서는 증권회사가 최대주주로 나서고, ICT업체와 은행이 2대, 3대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의 컨소시엄이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는 곳은 한국투자금융지주-다음카카오와 미래에셋증권-SKT 연합군이다.
KT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회사인 BC카드와 인터넷은행 진출을 검토하고 있고 NHN엔터테인먼트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증권사-ICT 기업 컨소시엄에 은행들이 가세하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이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다음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부산은행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모델인 '위비뱅크'와 'i-원(ONE)뱅크'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은행 당초 롯데그룹과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롯데그룹 내 갈등이 불거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인터넷전문은행의 승패는 결국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 통과' 미지수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이슈는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제한)다. 인터넷은행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야 하는데, 현행법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을 50%까지 허용한다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는 4%(의결권 제한을 전제로 10%까지 보유 가능)까지만 가능하다. 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삼성, 현대차 등 소위 재벌의 진출은 제한하고 ICT기업들의 진입만을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50%까지 허용하겠다는 금융위의 법안에 대해서도 야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야당은 은산분리 원칙을 허물어뜨리면서 추진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반대한다"며 "이런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은 넘어와도 야당은 심사 자체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도입돼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칫하다가는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하는 정치권을 설득하면서 기업들의 ?발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접점을 찾는게 금융위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