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에 대해 자국의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환율 조작에 대해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행정부는 위안화 절상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 재무부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환율 변화의 의미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그러나 위안화 절하는 중국이 시장환율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에서 동중국해 분쟁과 미국 정부와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해킹 의혹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애널리스트인 스콧 케네디는 "만약에 위안화 절하가 환율 결정 과정을 시장 지향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중국 인민은행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면 환율 조작이나 수출 증가가 목적이라는 의혹은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인민은행의 발표가 힘을 얻는다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미국 방문에 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중국이 위안화 추가 인하를 시도하고 이로 인해 중국 수출이 상당한 폭으로 증가한다면 위안화 인하에 비판적인 세력의 발언권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11일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인 1.86% 낮추고 12일에 다시 1.62% 하향한 데 이어 사흘 연속 하향 조정했고,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사흘 간 무려 4.66% 하락했다.
위안화 절하에 대해 상대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더 단호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펜실베이니아가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 밥 케이시 상원의원은 "중국이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펜실베이니아의 일자리가 날아갈 수가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척 슈머 상원의원(뉴욕)은 "최근 수년 간 중국은 규칙을 따르지 않고 환율로 장난을 쳤다"며 "중국은 이런 방식을 개선하기보다는 2배로 (위안화 가치를)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위안화 절하는 일회성 이벤트로 환율 결정 체계를 시장 친화적으로 바꾸고 시장성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