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일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취한 가운데 국내 증시는 큰 폭으로 요동쳤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3일 1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1.11% 오른 6.401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1달러를 사기 위해 하루 전보다 1.11%만큼 위안화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일과 12일에도 위안화 환율을 각각 1.9%, 1.6%씩 올렸다.
3일 연속 이어진 위안화 가치 하락은 국내 증시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1975.47) 대비 0.40% 오른 1983.46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상승세로 장을 열었던 코스피는 오전 10시20분께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 소식이 나온 뒤 급락세로 전환해 장중 1960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몰리며 코스피지수는 다시 1980선에 올라섰다.
국내 증시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안유화 객원연구원은 "한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위안화 변동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며 "단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벌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아직까지 중국의 위안화 조치가 우리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며 "국내와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임병익 조사연구실장은 "중국이 그동안 위안화에 시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탓에 최근 평가절하 조치는 상당히 갑작스럽고 파장 역시 크다"며 "국내 증시가 중국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까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급등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중국팀장은 "중국의 깜짝 발표에 투자자들이 많이 놀란 모습"이라며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가 크게 오르긴 어려워 보이고 상하 양방 변동성이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추가 환율 조치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적정 수준의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시장이 전망하는 최대치는 달러당 6.5위안 정도"라며 "이미 6.4위안 수준에 도달한 만큼 추가 평가절하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은 AIB(아시아인프라은행), 위안화 국제화, 내수 살리기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율의 안전성"이라며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기적으로는 수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지난 3일 동안 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만큼 위안화 가치를 내렸다고 본다"며 "의견 차는 있겠지만 6.5위안 정도면 충분히 시장 가치에 부합했다고 보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 평가절하가 더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전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긍정적·부정적 요인이 모두 내재 돼 있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 중 어느 영향력이 더 크냐의 문제인데 지난 2011년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위안화가 절상하는 추세에서 국내 경제는 긍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얻었다"며 "수출 구조 등 지난 데이터가 유효하다고 가정하면 위안화 평가절하는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단 최근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데이터이기 때문에 변수는 있다"며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제 상황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중국의 환율이 내려가고 있지만 원화 가치도 함께 내려가고 있다"며 "중국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다소 힘들어질 수 있으나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는 최근 변화가 호재일 수 있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서 어느 쪽 이익이 더 큰지는 추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각 분야별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바라보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국내 경제에 이득이 클지 손해가 클지는 거시적인 지표들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
